[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삼표와 산은PE가 손잡은 ‘삼표컨소시엄’이 동양시멘트(038500)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삼표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23일 동양시멘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삼표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관련업계는 향후 레미콘과 시멘트 시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표는 동양시멘트 인수로 원자재부터 레미콘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자재부터 레미콘까지 모두 취급하게 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멘트 시장은 7개 시멘트 회사가 시장을 좌우했다”며 “이번에도 시멘트 업체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했다면 상위 시멘트 회사의 독과점이 심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하게 되면 레미콘의 원료인 시멘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기존에 시멘트 업체들과 했던 가격 줄다리기에서도 우위를 점해 향후 레미콘 업계가 시멘트 회사와의 가격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삼표가 안정적인 물량 조달과 원가 경쟁력으로 향후 레미콘 업계순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삼표의 지난해 레미콘 출하량은 445만톤으로 유진기업(023410)(565만톤)에 이어 2위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삼표가 향후 안정적인 시멘트 공급으로 유진기업을 바짝 뒤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표 관계자는 “높은 가격을 베팅한 것은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동양시멘트 출신을 영입하는 등 사전작업도 충실하게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표는 지난 4월 ㈜동양과 동양시멘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이종석씨를 M&A본부장으로, 동양시멘트 슬래그 사업부문을 총괄했던 이정수씨를 계열사 삼표기초소재 대표로 선임했다. 모두 동양시멘트 인수를 목표로 한 사전정지작업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콘크리트 연관 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 해 신규시장을 창출, 고용확대 등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회사가 동양시멘트 인수에 실패해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좁은 국내 시장에 너무 많은 시멘트 회사가 있어 업계 재편을 기대했지만 무위로 그쳤다”며 “1957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시멘트 회사인 동양시멘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표가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향후 레미콘 업계와의 가격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