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업이 있어야 인력과 시설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주전에 뛰어든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차기 호위함 사업을 두고 조선소들이 아우성이다. 이익은 고사하고 적자가 뻔해 참여 자체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울산급 배치(Batch)-Ⅳ 1·2번함 사업 예산은 7575억원이다. 현재 건조 중인 울산급 Batch-Ⅲ와 비슷한 크기와 외형에 일부 설계를 수정하는 사업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가격이 더 낮게 책정됐다. ‘저가 입찰’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울산급 Batch-Ⅲ 후속함 수주 비용이 기준이 된데다, 과거 기획재정부와 합의한 ‘총사업비’가 낮게 책정된 탓이다. 총사업비가 20% 이상 증액되면 기획재정부에 사업타당성을 재검토받아야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안정, 친(親)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으로 제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외부 요인들이 아직 원가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 조선업계는 Batch-Ⅳ 1·2번함 사업 수행시 1000억원가량의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앞서 진행된 4600억원 규모 차기 군수지원함 2차 사업도 수지타산 문제로 유찰돼 재입찰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가 검증 등을 통해 사업예산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기대치 대비 너무 낮은 예산은 ‘불량무기’를 낳고, 2·3차 협력사들 피해로 이어진다. 원가 검증 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 보고, 업계와의 실질적 소통 필요성이 제기된다. 방위산업체들이 건재해야 전력 유지와 방위력 개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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