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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결과가 나온 당일 모더나는 11% 급락했다. mRNA 백신을 상용화할 경우 특허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독일 큐어백도 9.5% 하락했다. 반면 아버터스는 44% 급등했으며, 이미 LNP 사용 합의를 이룬 화이자는 1.7%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모더나와 아버터스의 특허 분쟁은 2018년부터 이어졌다. 앞서 아버터스는 미국 아크튜러스 테라퓨틱스(Arcturus Therapeutics)에 LNP기술을 라이선스 아웃했으며, 아크튜러스는 다시 모더나에 재라이선싱했다. 아버터스는 아크튜러스의 재라이선싱을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를 지켜본 모더나는 소송을 피하기 위해 2018년 3개의 아버터스 특허에 대해 선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아버터스는 “모더나가 아크튜러스에 재라이선싱을 받은 영역은 4개 바이러스에 한정되며, 코로나바이러스는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특허 침해 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아버터스의 손을 들어줬으며, 모더나는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지만 원심을 뒤집진 못했다. 법원은 모더나가 항소할 자격도 없다고 판결했다. 외신에서는 모더나가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mRNA 백신 총매출의 한 자릿수 정도의 로열티를 아버터스에 지불하고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향후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모더나가 성공할 때마다 아버터스의 LNP 특허 사용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더나는 mRNA 코로나19 백신 단일 품목으로만 올해 약 180억 달러(21조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아버터스는 2018년 로이반트 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제네반트 사이언스(지분 아버터스 4: 로이반트 6)를 설립했다. 아버터스는 B형 간염 백신을 제외한 LNP 특허 모든 권한을 제네반트에 넘겼으며, 제네반트가 LNP를 재라이선싱할 경우 아버터스는 수익의 20%를 받게 된다. 화이자는 mRNA 백신 공동개발사 바이오엔테크가 제네반트의 LNP를 사용하는 계약을 일찌감치 체결했으며 돈독한 파트너십을 쌓아왔다. 큐어백은 모더나처럼 아크튜러스로부터 LNP 기술이전을 받았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남아있다.
LNP는 mRNA 겉을 감싸서 세포 안까지 들어가는 약물전달체 기술이다. mRNA는 외부 환경에 노출되자마자 쉽게 변형되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mRNA 겉을 얇은 막으로 감싸줘서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들어가게 하는 약물전달체 LNP가 필수다. 다만 지질 성분의 LNP는 불안정해 극저온 보관을 해야 한다. 콜드체인(cold-chain, 저온유통)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한 mRNA 백신 제조사 두 곳 모두 아버터스의 LNP 특허를 회피하지 못했다. 글로벌 임상 3상까지 가면서 세 번째 mRNA 백신 개발사로 유력한 큐어백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에스티팜(237690)이 모더나와 화이자, 큐어백이 적용한 LNP를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에스티팜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2개국 한정으로 제네반트의 LNP 특허를 사용해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바이오회사 임원은 “사실 LNP 제조가 그렇게 어렵진 않다. 국내에도 LNP 대량 생산이 가능한 회사가 여러 곳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버터스의 특허들은 그 어떤 것으로도 회피가 불가능할 정도로 촘촘하다. 빅파마 화이자와 모더나가 특허 회피를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mRNA와 같은 유전 물질을 지질나노입자로 감싸서 세포까지 들어가는 설계 자체에 대한 특허뿐만 아니라 특정 비율의 양이온성 지질, 서열을 안정화하는 지질 설계 등 너무 광범위하게 다 걸려있다”라며 “현재로선 아버터스 특허 없이는 mRNA 백신 제조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