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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비용부담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요금 동결이라는 단기적 미봉책보다 금리 조정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부담에 버스·열차 요금, 가스요금 동결…“선제적 관리 만전”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요금 등 이미 결정된 공공요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공요금을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기로 했다. 열차 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버스요금, 광역상수도(도매) 요금의 경우 요금 인상 신청이나 인상 관련 사전협의 절차가 진행된 것이 없어 가격이 동결된다. 소매 가스요금과 상하수도, 교통, 쓰레기봉투 요금과 같은 지방공공요금도 4분기 동결을 원칙으로 지자체와 협의해 관리할 계획이다.
정부가 공공요금 동결을 결정한 건 최근 대내외적 물가 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60달러 중반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70달러 초중반대 수준으로 반등하며 3분기 유가 수준이 기존 전망치를 상회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주요국의 물가 상승폭도 확대됐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과 유로존도 각각 3.2%, 3.0%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21일 발표한 중간경제전망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 차질,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확대 등을 이유로 올해 주요 20개국(G20)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 대비 0.2%포인트 상향한 3.7%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더불어 국내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것도 물가부담을 키웠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했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부터 5개월째 2%대를 상회하고 있다. 정부에서 민생안정대책 추진을 통해 추석 전 물가관리에 나서는 등 총력을 기울였지만, 달걀과 쌀, 소·돼지고기 가격은 여전히 잡히지 않으며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하자 정부에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전기요금을 제외한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한 것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할 경우 편승인상,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제적 대응을 통해 불가 불안 심리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눈덩이 적자 어쩌나…“재정 악화로 역효과 우려”
이날 정부가 가스 소매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히며 다음달 논의되는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도 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국제가격 상승세를 감안해 11월부터 적용되는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기재부에 요구했다. 유가 등 원료비는 급등했지만 요금은 동결되며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급증함에 따라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스공사 미수금은 약 1조원으로, 최근 동북아 지역 LNG 가격 급등이 반영되면 가스공사가 예상한 연말 기준 미수금인 1조5000억원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수금이 늘면 가스공사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이는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도로, 교통요금 동결 역시 공공기관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킬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1조34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1조 1779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247.8%에서 올해 297.2%로 늘었다. 서울교통공사도 지난해 1조 113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속되는 적자에도 도로 통행료와 교통요금은 수년 간 동결 상태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5년 인상된 이후 6년째 동결 중이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교통카드)도 서울 기준 1250원, 시내버스 1200원으로 6년째 동결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2011년 요금을 3% 인상한 뒤 10년 동안 동결해왔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동결로 단기적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는 걸 막을 수는 있지만 공공기관 재무상태 악화로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요금 동결은 물가압력 상승에 일부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공공기관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요금 동결로 버티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빚덩이가 불어나면서 시장불안이 발생해 오히려 수급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근본적인 유동성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물가 안정화에 한계가 있다”며 “금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