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취임 이후 첫 언론사 경제·금융부장 초청 조찬 간담회을 열었다. 이날 언론사 부장단은 최근 화두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를 집중 질의했고 최 원장은 평소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전반적으로 회장 후보 추천 구성에서 불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점이 있었다”며 “승계 프로그램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검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배구조 문제를 화두로 제시한 상황에서 직접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감독당국 수장이 이를 받아 공개적으로 지배구조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바로 점검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금감원장, 셀프 연임 등 3가지 문제 지적
최 원장은 크게 3가지 정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른바 CEO스스로 본인을 향후 CEO로 추천하는 ‘셀프연임 및 셀프추천’, 차기 CEO후보군에 해당하는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부재,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 무기력함 등의 문제를 거론했다. 한마디로 “내외부 회장 후보군을 구성하는 데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CEO 승계프로그램도 형식적”이라는 얘기다.
그는 “(셀프추천·연임은) 기득권의 문제다.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의결권을 행사 하지 않으면 (CEO가) 회추위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며 “회추위에 빠져나와서 사외이사 중심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자 양성 문제를 두고는 “내부 후계자양성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 적어도 금융지주사 회장이 되려면 증권, 보험 등 여러 분야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후계자들이 한곳에만 계속 있다”며 “후계자에게 충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회장 후보로 본인만 남는다”고 질타했다.
최 원장은 사외이사 무력한 견제 시스템도 도마에 올렸다. 그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평가를 보면 지주사 경영진이 알아서 평가하고 사외이사를 교체하고 있다”며 “사외이사가 주축이 돼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전면적인 지배구조 검사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더 이상 지배구조 차원의 문제를 금융회사의 자율성이라는 이유 아래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올해 들어와서 몇 개 지주사의 사외이사를 초청하거나 감독원 임원이 가서 설명도 했지만 이 수준 갖고는 안 될 것 같다”며 “지금 지적한 사항은 계속 지적해왔던 것인데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역설했다. 금감원은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 피해의 근본원인이 지배구조 문제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에 이은 감독당국 수장의 공개적인 ‘지배구조 점검’ 발언으로 금융회사들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특히 내년 CEO 교체를 앞두면서 당국이 겨냥하고 있다는 지목을 받고 있는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내년 3월 연임 결정을 앞두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회추위 참여여부가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지난 선임 과정에서 본인이 회추위에 들어가 절차상 논란이 뒤따랐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은 이번 회추위에선 빠질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최 원장은 “특정 개인과 특정 지주사를 타깃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제는 이런 해명에도 정답이 없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지나치게 세밀하게 당국이 간섭할 경우 ‘관치 논란’ 등 오해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제도 혁신 차원에서 점검하는 것은 괜찮지만 특정인을 찍어놓고 ‘인적창산의 수’를 두는 작업이 돼서는 안 된다”며 “오해의 소지를 주지 않기 위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 승계프로그램: 이사회가 최고경영자 승계를 담당할 조직의 구성·운영은 물론 권한과 책임을 규정하는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