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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후속조치]분양가 상한제 부활, 고분양가 잡을 수 있을까

성문재 기자I 2017.09.05 15:17:49

유력 후보 '서울', 8·2대책 이후 변화 변수
재건축 단지 적용기준은 관리처분인가 시점
후분양 선택 늘어날 듯..꼼수분양 재연 우려
상한제 적용에도 분양가 지속 상승..효과 미미

[이데일리 성문재 김기덕 기자] 이르면 오는 10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한다. 지난 2015년 4월 이후 2년6개월여만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변 시세의 85% 선으로 분양가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오히려 주택 공급을 줄이고 전세난을 심화시켜 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담삼익 등 강남 재건축 단지들 비상

가장 유력한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는 단연 서울이 첫손에 꼽힌다. 통계청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5월 이후 최근 3개월간 소비자물가가 0.9% 오르는 사이 집값은 1.5% 뛰었다. 지난달 분양에 나선 마포구 공덕동 ‘공덕 SK리더스뷰’는 최고 52.52대 1, 평균 34.56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됐다. 5~7월 서울 주택 거래량은 작년 6만2902건에서 올해 6만6516건으로 5.7% 증가했다. 다만 8·2 대책 이후 거래량이나 매매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분양가 상한제의 최대 타깃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정비사업의 경우 아직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단지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미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끝났다면 실제 분양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미 분양가가 적용됐다면 법적 안정성을 위해 보호돼야 한다”며 “일반아파트는 입주자모집공고 신청분부터 적용해도 이 같은 원칙에 부합하지만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지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에서 분양가가 정해져 자기 부담금도 결정된 만큼 적용 시점 기준을 다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사업장 가운데 강남구 상아2차, 개나리4차, 일원대우, 청담삼익, 서초구 방배6구역, 신반포6·18차, 강동구 길동신동아1·2차 등이 지난 7월말 기준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는 이날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10월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주변 시세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커 조합원들의 자기 부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그동안 일반분양가를 높여 부담금을 낮추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개발에 따른 기대이익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강남 분양시장은 주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오히려 청약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 물량을 후분양하는 재건축 단지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수주를 놓고 경쟁 중인 대우건설(047040)과 롯데건설은 최근 조합 측에 후분양 카드를 제안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서울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에 제동을 걸고 나온데 따른 대응책이다.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에만 문제가 없다면 조합으로서는 후분양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만큼 앞으로도 후분양제를 선택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도 후분양 등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며 “다만 후분양 적용시 준공 때까지 공사비나 이자 비용 등이 늘어날 수 있어 적정비용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취지는 좋지만… 꼼수 분양·공급 부족 등 부작용 우려

분양가를 ‘택지비+건축비’ 이하의 가격으로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고분양가 논란과 가격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신규 주택이 적정가격으로 공급되도록 해 국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제도다.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1977년부터 실시됐고 1999년 외환위기 영향으로 폐지됐다가 노무현 정부 때 다시 시행된 바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과거 주택시장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확대로 ‘강남 재건축=고수익’ 공식이 깨질 수 있지만, 공급 확대가 아닌 수요 억제 대책으로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분양한 고급 아파트 ‘한남더힐’은 일반분양이 아닌 분양 전환을 전제로 한 민간임대분양을 통해 상한제 규제를 피한 대표적인 사례다. 임대 후 분양 전환하면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범용성 주택만 양산해 주택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크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건설사가 이윤을 극대화할 수 없게 가격을 핸들링하게 되면 획일적 단지 설계와 주택의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가격 안정화에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가 다시 시행된 2005년 서울 민영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429만원이었는데 2007년에는 33% 뛴 1901만원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2195만원으로 1년 새 15.5%가 더 올랐다. 올해는 2285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 단기적으로는 주변 집값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며 “분양받는 사람에게는 혜택이 있겠지만 결국 그 사람들이 가격 상승분을 다 가져가는 것으로 수분양자의 혜택이 더 큰 구조”라고 말했다.

수익성에 발목이 잡힌 건설업계가 주택 공급을 줄이면 부동산시장의 수급 균형이 깨질 우려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공급을 확대하거나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제도”라며 “시장 위축으로 규제가 완화되거나 활성화 대책이 나온다면 분양가격이 단기간 내 폭등할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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