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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4일 여의도 국회는 여권의 내홍이 극명하게 드러난 하루였다. 비박계(비박근혜계)가 장악한 여당과 친박계가 요직에 포진한 정부는 이날 내내 ‘돌직구’를 치고 받았다. 폭발 직전의 휴화산 같은 살얼음판 기류가 계속 흘렀던 것이다.
‘친박’은 사라지고 ‘비박’만 남은 새누리 지도부 회의
아침부터 심상치않았다. 이날 오전 9시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한가운데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좌우에 위치한 인사들의 면면은 전에 보기 힘든 조합이었다. 맨 오른쪽에는 이인제 최고위원이 앉았다. 그는 계파색이 옅은 비주류다. 그 옆에 자리한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비박(비박근혜)’ 인사다. 그 옆으로 나란히 앉은 김을동 최고위원, 김태호 최고위원, 유승민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중 친박이라고 할 만한 인사는 김을동 최고위원 뿐이었다. 그나마 그는 범친박으로 분류된다.
김 대표 바로 왼쪽에 자리한 이재오 중진의원은 ‘친이(친이명박)’ 좌장 격이다. 이병석·심재철·정병국 중진의원(이상 자리순)도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다. 비박계 ‘투톱(김무성·유승민)’이 접수한 새누리당의 민낯이 첫 지도부 회의부터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를 향해 홀로 ‘쓴소리’를 했던 이재오 중진의원이 “이젠 안나와도 될 것 같다”고 농을 던지자 회의장에 순간 ‘이심전심(以心傳心)’ 웃음이 번졌을 정도였다.
김 대표의 말부터 뼈가 있었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기조인 ‘증세없는 복지’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논쟁에 대해 “잘 된 일”이라면서 “더 치열하게 토론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날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면서 복지논쟁에 불을 붙였는데, 이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주류 친박 중심의 정부·청와대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한다.
주류 친박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비박계 일변도의 당 운영을 두고 작심하고 불참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상 당무 보이콧인 셈이다. 이 때문에 “자칫하면 정면대결로 갈 수도 있다”는 관측들도 당내 일각에서 나왔다.
최경환, ‘증세없는 복지’ 고수 천명…“증세 단계 아냐”
오후 들어서도 공방은 이어졌다. 오후 2시,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 현안보고에 참석한 게 시작이었다. 최 부총리는 “가능하면 복지를 확충하되 새로운 세목 신설이나 세율 조정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충당하는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기조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발언이다. 추후 당·정·청간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정철학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는 여당 일각에서도 나오는 증세론을 두고서도 “아직 증세까지 갈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국민 공감을 얻어 마지막 수단으로 증세를 고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증세없는 복지는 친박계에 있어 끝까지 사수해야 할 통치철학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게 무너질 경우 곧 주류 친박 중심의 집권은 실패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인 오후 2시30분께. 새누리당에서는 또다른 소식이 날아들었다. 유 원내대표가 새 원내수석부대표에 친이계 조해진 의원을 내정한 것이다. ‘유승민-원유철-조해진’ 원내지도부는 비박 일색이 됐다.
원내수석은 대야(對野) 협상의 최일선에 서는 자리로 권한이 막강하다. 직전 원내수석을 맡았던 주류 친박 윤상현·김재원 의원은 종종 ‘왕수석’으로 불릴 정도였다. 주류 친박 중심의 정부·청와대가 당에 입법을 부탁하는 게 불편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친박계가 원내상황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그동안 당·청 관계가 청와대의 일방통행이었다면 앞으로는 청와대가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당정청 큰싸움…“유례가 없다”
당에서는 여권 내 계파간 ‘큰 싸움’이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청 관계에 있어 당장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맘때쯤 되면 갈등 관계는 늘 있었다”면서도 “전면적인 국정운영 기조와 철학 자체를 놓고 충돌하는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친박과 비박간 공방은 당분간 수면 아래에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아직은 우세하다. 여당 관계자는 “일단 양측 모두 세 불리기에 더 집중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외과 교수는 “앞으로 3~4개월은 서로 자기 쪽으로 끌어오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6월 정도 되면 ‘총선 모드’로 갈 수 있어서 지금처럼 국정 지지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당은 독자노선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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