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숭례문 복구과정에서 생긴 혼선과 잡음이 생생하게 들어 있다. 특히 전통복원에 대한 고충과 문제점이 주를 이뤘다. 숭례문 복구 시 문화재청이 제공한 금강송 대신 값싼 외국산 목재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경찰조사를 받은 신응수 대목장에 대한 얘기도 담겨 있다. 저자에 따르면 신 대목장은 처음에 전통연장을 사용해 목공사를 수행한다는 조건으로 대목장으로 선정됐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전통연장으로 작업하는 게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서다. 숭례문에 앞선 문화재 복원 공사는 전동공구 등을 사용해 현대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목수들의 몸에 익지 않은 탓이다.
결국 사단이 났다. 신 대목장은 2011년 12월 8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작업을 중단했다. 품이 많이 드니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작업이 중단되자 저자는 신 대목장과 한 달 만에 담판을 짓고 공사를 재개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현 숭례문에는 원목인 통나무가 아니라 현대식 톱으로 자른 제재목이 쓰였다. ‘전통 방식으로’란 숭례문 복구 원칙이 깨진 것이다.
전통방식으로 철을 만들지 못했던 시행착오 관련 내용도 눈에 띈다. 전통 방식으로 철을 만든다고 대장간까지 차렸는데 철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품질도 나빴단다. 결국 실제 공사에서는 1998년 경회루 수리 때 나온 조선시대 철물 약 3t과 공장에서 제작한 철물이 쓰였다. 숭례문 전통복원을 위해 서울 한복판에 들어선 대장간이 한바탕 ‘쇼’가 된 셈이다.
단청 훼손으로 불거진 숭례문 부실 공사 논란은 외국산 목재 사용 의혹에 조사에 참여했던 교수가 자살까지 하는 등 불씨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왜 이런 민감한 시점에 책을 냈을까. 저자의 의도는 순수했다. “숭례문 복구를 통해 과거의 문화재를 오늘 시점에서 되살리는 현장의 한계와 고민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