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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불 첫 돌파…4만불 시대는 `산 넘어 산`

최정희 기자I 2022.03.03 14:57:43

2017년 3만달러 돌파 후 4년 만에 3만5000달러
1인당 GNI 10.3% 증가, 11년 만에 최대폭 늘어
"코로나·우크라 사태 딛고 넘어서느냐가 관건"
실질 GNI는 3.5% 성장, 성장률 4.0%보다 낮아
유가 등 원자재값 급등에 무역 손실규모 커져
올 경제 성장률 3% 전망하나 하방리스크는 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팬데믹에 쪼그라들었던 국민소득이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증가율도 10%를 넘어 1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4만달러 달성은 경제성장세가 얼마나 꾸준히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지만 갈 길이 녹록치 않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장기화 가능성에 성장률이 악화되고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무역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도 달러화 기준 국민소득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4년 만에 3만달러에서 3만5000달러로 껑충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작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달러화 기준으로 3만5168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0.3%(약 3287달러) 증가한 것이다. 2010년(20.9%) 이후 11년래 최대 증가세다.

(출처: 한국은행)


1인당 GNI는 2017년 첫 3만달러를 돌파한 후 2018년 3만3000달러대로 증가하는 듯 했으나 2019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2년 연속 쪼그라들면서 3만달러 초반에 머물렀다. 그러다 작년 팬데믹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자 3만달러 돌파 후 4년 만에 3만5000달러로 회복됐다.

작년 1인당 GNI가 증가한 것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6.4% 성장한 데다 배당 수입을 중심으로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68.5%(10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명목 총소득(GNI)이 6.9% 늘어난 영향이다. 인구 감소로 1인당 GNI는 4024만7000원으로 7.0% 더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작년 원·달러 환율이 연 평균 3.0% 하락하면서 1인당 달러 기준 GNI는 10.3% 더 증가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달러 기준 1인당 GNI 증가 요인을 분해해보면 물량 요인인 경제성장은 1272달러, 가격 요인인 GDP 디플레이터는 762달러, 환율 하락은 1061달러 만큼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주요국의 GNI 지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우리나라 1인당 GNI 순위를 알기 어렵지만 2020년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1인당 GNI는 세계 36위 수준이고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기준으론 6위를 기록하며 이탈리아보다 앞섰다.

작년 명목 경제성장률은 6.4%를 기록, 2010년(9.7%) 이후 11년래 최대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2년 연속 세계 10위권을 장악했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성장세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3.1%를 기록해 G20개국 중 가장 빠르게 강한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는 2.4%, 미국은 2.1% 성장했고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코로나에 우크라 사태까지…수출 잘해도 소득 개선에 한계

3만5000달러 시대가 열리면서 4만달러 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정태 부장은 “1994년 처음으로 1만달러를 기록했고 2006년 2만달러, 2017년 3만달러를 달성했다”며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꾸준한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수년 내 (4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1만달러에서 2만달러까지는 12년, 2만달러에서 3만달러까지는 11년이 걸린 만큼 4만달러 달성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우 전쟁 등에 경제 성장은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3% 성장세를 전망하고 있지만 하방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2%대 성장세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무라증권의 경우 올해 성장률은 2.2%로 예측하고 있다.

유가, 알루미늄, 니켈, 밀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우후죽순처럼 올라 원재료를 수입해 이를 가공, 수출해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선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수출이 아무리 잘 되더라도 국민들에게 떨어지는 소득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런 분위기는 작년 하반기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작년 실질 경제성장률은 4.0%를 기록했지만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5% 증가했다. 2016년(4.4%)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이지만 성장률보다 낮았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무역손실이 46조1000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무려 74.6% 가량 손실폭이 커진 것이다. 무역손실은 2, 3분기까지만 해도 모두 10조9000억원을 기록했으나 4분기엔 18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환율 역시 작년엔 원화 강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미국 정책금리 인상, 우크라 사태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 달러 강세, 원화 약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달러화 기준 국민소득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수출은 아직까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올 2월 수출 증가율은 20.6%를 기록, 1월(15.2%)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작년 4분기엔 수출이 5.0% 증가, 속보치(4.3%)보다 증가폭이 확대됐고 이에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3.6%포인트로 2011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에 서비스업 생산은 1월 전월비 0.3% 감소, 두 달 연속 줄어들었고 소매판매는 1.9% 감소,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기재부는 “올 들어 수출 호조는 이어지고 있으나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주춤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차질,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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