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저녁 약속이 현저히 줄어든 이모(35)씨는 지난 주 집에서 즐겼던 맥주 캔과 플라스틱으로 된 소주병을 모아 ‘순환자원 회수로봇(네프론)’에 넣어 150원을 벌었다. “땅을 파봐라, 돈이 나오나”라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렇게 분리수거로 돈을 벌 수 있다니, 그동안 생수병과 맥주 캔들을 무심히 버렸던 게 아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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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우유팩을 분리배출하면 포인트를 받아 피자, 우유 등을 살 수 있는 ‘오늘의 분리수거’ 앱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캔과 페트의 분리수거를 돕는 앱(수퍼빈)을 설치한 뒤 사용할 수 있는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은 지역 곳곳에 배치돼 이용자가 늘고 있다. 네프론은 캔과 페트를 넣으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쌓아준다.
25일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다산동 주민센터 앞. 캔과 페트를 넣으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새파란색의 순환자원 회수로봇은 마치 일반 자판기처럼 보였다. 동그란 투입구에 알루미늄 캔과 페트병을 넣으면 이미지 센싱 기술로 인공지능(AI)이 분류해 정리하고 이후 바닥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여 캔과 병이 기계 안으로 들어가 압축돼 찌그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크기에 상관없이 1개당 10원을 적립해주다 보니 이 동네의 분리수거는 주민들의 쏠쏠한 돈벌이가 되고 있다. 이날 큰 투명 봉투에 1.5ℓ 페트병을 비롯해 음료수 캔을 가득 들고온 50대 여성 박모씨는 “작년 아들이 앱(수퍼빈)을 설치해줘서 시작했고, 2000원 이상부터 현금화가 가능해 1만원까지 모아서 인출해봤다”며 “쓰레기로 버릴 거 모아서 이렇게 분리수거하면 돈을 주니 모으는 재미가 있더라”고 말했다. 이날 박씨가 분리수거를 통해 적립한 금액은 430원, 현재 누적금액은 총 1만3880원에 달했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속담처럼 실제 쓰레기를 돈으로 바꿔 쥔 경험을 한 뒤로는 주변 이웃의 재활용품까지 모아 매일 온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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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시행 초기에는 1인당 100개까지, 24시간 이용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1인당 50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여기에 14년 전 사라졌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오는 6월 부활을 앞두고 있어 ‘분리수거 알바의 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버려진 커피 일회용컵을 주워가도 개당 300원씩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김모(48)씨는 “점심, 저녁시간 지나고 동네 한 바퀴 돌면 하루에 돈 만 원은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다”며 “힘들게 폐지나 공병을 줍는 어르신들은 차라리 일회용품 컵을 모으는 게 나을 듯하다”고 했다.
실제 서울 중구 다산동의 김길성(81)씨는 “소일거리 삼아 폐지를 줍는데 하루 종일 해도 얼마 안 된다, 소주병 주워봤자 100원”이라며 “일회용 컵이 300원씩 돈벌이가 된다면 당연히 주울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