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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국내 모든 앱에 대한 인(in)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30% 부과 움직임과 관련, 학계에서도 비판적인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과 우월적 사업자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경쟁행위라는 게 주요 근거다.
관련 업계와 정치권에 이어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면서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인상을 단행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앱결제는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음원부터 웹툰,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등 모든 모바일 콘텐츠 업체가 구글에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27일 ‘구글의 앱 마켓 정책 변경과 로컬 생태계’를 논의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플랫폼 주권이 흔들린다’ 특별세미나에서는 이런 구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들이 주를 이뤘다.
◇“구글 정책변경, 자사 결제 수단 강제 의미”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정환 부경대 교수는 ‘구글의 앱 마켓 정책 변경이 콘텐츠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구글의 정책 변경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의 정책변경은 사실상 모든 영역의 앱 마켓 사업자에 자사 결제 수단을 강제함을 의미한다”며 “이런 것이 이용자에 전가될 가능성이 과장하면 100%다. 사업자도 그런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발간한 ‘2019 모바일 콘텐츠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앱마켓별 매출액 현황에서 구글플레이는 5조 9996억원을 기록해 전체 63.4%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는 애플앱스토어의 24.4%(2조 3086억 매출)나 원스토어의 11.2%(1조 561억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라는 평가다.
김 교수가 국내 12개 업체들을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도 이런 구글의 독점에 대해 ‘갑’, ‘괴물’, ‘눈치’, ‘두려움’ 등의 키워드를 이용해 표현하면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사업자들은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규제 가능성에는 의문을 표명하면서 비용이 가격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구글이 사업자들 간의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구글이 개방적 정책을 표방하며 시장 내 지위를 확보한 뒤 객관적 기준과 근거가 없는 정책변경을 통해 폐쇄 전략을 집행하는 것은 생태계 구성원을 기만하는 행위로 판단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죄수의 딜레마는 상대방의 선택을 알 수 없는 상태의 죄수들이 결국 편익의 총합으로 봤을 때 손해 되는 결정을 하게 된다는 심리학 고전 이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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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앱 마켓 정책에 대한 이용자 인식’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정윤혁 교수는 이용자들의 인식 역시 사업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정 교수는 인앱결제 경험이 있는 7명의 포커스그룹 인터뷰 결과를 설명하면서 “웹에서 구매하면 앱보다 싼 데 그런 부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량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30% 수수료는 높다는 게 80% 이상”이라며 “구글의 정책변경이 공정하지 않다는 게 우세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국내 모바일 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싸우는 그림이지만 생태계 입장에서 보면 둘 만 있는 게 아니다”며 “구글과 애플에 편입이 된다고 하면 국내 모바일 시장의 경쟁은 종말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문성배 국민대 교수도 “소비자 측면에서 수수료 인상은 콘텐츠 가격 상승과 수요 감소, 후생 감소 우려가 있다”며 “개발자의 비용증가와 수익 감소 예상으로 새로운 앱 공급이 감소할 수 있고 혁신 요인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결제수단 강요 자체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결제수단 자체는 수수료와는 상관없이 선택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도 “수수료도 수수료지만 인앱결제는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앱에서는 다소 가격이 높게 결제하게 하더라도 웹 등에서 보다 저렴하게 결제할 수 있는 방안도 열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다음달 22일 ‘디지털 기술 패권 전쟁과 자국 플랫폼의 가치’를 주제로 관련 세미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