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경영승계 악용' 대기업 공익법인 관리 국세청이 깐깐하게

조해영 기자I 2019.07.25 14:00:00

[2019세법개정]공익법인 관리·검증 국세청으로 일원화
공시내역 부실하면 세부내역 요청도 가능
일정규모 이상은 2022년부터 감사인·회계감리 도입
2년간 고유사업 지출 없으면 단체 지정 취소도 가능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오른쪽)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세법개정안 상세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일부 대기업이 계열 공익법인을 탈세와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이 기부금단체의 관리·검증을 도맡고 사용내역 기재가 부실한 경우 세부 사용내역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신설한다.

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9년 세법개정안을 확정·발표했다. 현재 비영리법인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주무관청의 추천을 거쳐 기획재정부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지정 전부터 사후관리까지 공익법인 전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공익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추천부터 사후관리까지…국세청 현미경 감시

우선 국세청 권한이 막강해진다. 지정기부금단체에 허가를 내주는 주무관청이 담당하던 추천과 사후관리·검증을 오는 2021년부터 국세청으로 일원화한다. 이를 위해 관세청과 주무관청 간 정보공유 의무도 신설한다. 주무관청은 위법사항을 적발했을 때 국세청에 통보해야 한다.

기부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지 감시도 강화한다. 정부는 기부금 사용내역 공시내용이 부실한 기부금단체에 국세청이 세부내역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해 2021년부터 시행한다. 2년간 공익을 위한 고유목적사업 지출내역이 없는 경우에 단체 지정을 취소하는 규정도 추가한다. 이와 함께 허위영수증 발급에 대한 가산세를 현행 2%에서 5%로 상향 조정한다.

의무지출과 의무공시, 외부감사 제도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무지출 적용대상은 현재 110개에서 350개가 추가되고 외부감사 대상도 현행 1400개에서 600개가 추가돼 2000개로 늘어난다. 특히 의무공시의 경우 자산이 5억원 이상이거나 수입이 3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에서 모든 공익법인으로 대상이 넓어진다.

공익법인이 원래의 목적대로 운영되는지 감시하기 위해 공식 지정 전에 예비지정 기간을 둔다. 현재는 지정기부금단체 지정기간이 6년인데 법 개정을 통해 신규 지정 시에는 3년간 예비지정 기간을 둔다. 예비지정 기간이 끝나면 공익성을 재검토해 통과할 때만 6년간 재지정을 받을 수 있다.

기재부 제공
◇2022년부터는 주기적 감사인·회계 감리 도입

경제정책방향에서 예고했던 감사인 지정과 회계 감리 제도 도입은 2022년부터 추진한다. 정부는 투명성 제고를 위해 영리법인에 적용하는 이들 제도를 공익법인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자산규모가 1000억이 넘거나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인 외부감사 대상 공익법인은 일정 기간 감사인을 자유선임한 뒤 국세청장이 감사인을 지정한다.

또 공익법인의 회계감사 적정성에 대한 감리제도를 도입하고 기재부 장관이 회계감리와 감사기준을 위반한 감사인을 통보하면 금융위원회가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공익법인이 원래 목적과 달리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꼼수’로 활용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의결권 있는 지분 중 5%까지는 기부문화 확산 등을 위해 상속·증여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40%의 공익법인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계열사 중 절반(47.9%)은 총수2세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고유목적 사업에 쓰는 수입·지출 비중은 30%에 그쳤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공익법인이 설립 목적에 맞지 않은 자금운용으로 기부문화를 해치는 사례가 많았다”며 “기부한 돈을 목적에 알맞게 사용하고 기부문화가 활성화하도록 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제도를 큰 폭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공익법인 의무지출 및 의무공시·외부감사 제도 적용대상 확대. 기재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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