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파국에 투자자도 관광객도 '망연자실'

권소현 기자I 2015.06.29 17:14:07

유로존 잔류 베팅했던 헤지펀드 '손실 불가피'
현금도 신용카드 불가한 관광객, 휴가계획 단축
그리스 캐시카우인 여행산업 타격 불가피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잔류에 베팅하면서 그리스 채권과 주식에 투자한 큰 손들이 패닉에 빠졌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거액의 투자손실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아인혼, 존 폴슨 등 헤지펀드 업계 대부들도 그리스에 물렸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자포니카 파트너스, 프랑스의 H2O, 까미냑 게스통 등 자산운용사 뿐만 아니라 파랄론, 포트리스, 뉴욕캐피탈바우포스트, 나이트헤드앤 그레이락캐피탈 등 헤지펀드들이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큰 손으로 꼽힌다. 대략 300억유로(약 37조원) 가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헤지펀드는 그리스 은행에 베팅했다. 데이비드 아인혼(46·사진) 그린라이트캐피탈 창업자와 존 폴슨(60·사진) 폴슨앤드컴퍼니 회장은 피레우스은행 주식을, 페어팩스파이낸셜홀딩스와 윌버 로스 WL로스앤코 회장 등은 그리스 유로뱅크 지분을 상당규모로 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013년과 2014년 초에 투자했다. 당시만 해도 글로벌 저금리 기조 속에 그리스 자산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던 시기였다. 그리스 정부가 5년간에 걸쳐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급진좌파 연합(시리자)가 집권한 후 투자자들은 그리스 국채를 내다 팔고 은행주를 매각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 그리스에 투자한 해외 펀드 100여개 중에 절반 가량이 팔고 떠났다.

그 와중에서도 용감한 몇몇 헤지펀드는 남았다. 결국 유럽과 구제금융 협상안에 합의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그리스 증시가 개장하면 은행주에 대한 투매가 쏟아질 게 뻔하고 현재 12% 안팎인 그리스 국채 금리도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망연자실하기는 그리스 관광객들도 마찬가지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현금은 동이 났고 대다수 상점들이 신용카드를 거부하면서 식사나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관광객들이 예정됐던 여행계획을 취소하고 그리스를 일찍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상점들도 울상이다. 아테네 중심인 플라카 지역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아포스톨리스 지오나스씨는 “다음 주에도 자본통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해 손님들에게 신용카드 대신 할인을 해주면서까지 현금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따라 그나마 그리스의 돈벌이가 됐던 관광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대 관광 성수기인 여름 시즌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마이클 글레자코스 아테네대학 재무학 교수는 “은행 예금인출과 지급서비스가 안 될 경우 관광산업이 입은 타격이 회복되기까지 수 년이 걸릴 것”이라며 “관광업과 조선업이 그리스 경제에 기여하는 유일한 산업인데 관광객들이 신용카드를 쓰고 은행에서 현금을 찾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이는 곧 이들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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