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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탓에 차들이 서행 중이라 차에서 내려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 이 소방사는 트럭 뒤에 차량을 대고 바깥으로 나와 운전자에게 향했다.
운전자는 다행히 의식은 있었지만, 트럭 안에 있던 짐과 자재 파편 등 때문에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유리 조각에 팔꿈치가 패이고 무릎에도 타박상을 입어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 소방사는 큰누나에게는 뒤따라오는 차들이 서행하도록 안내할 것을 부탁하고, 작은누나에게는 119 신고를 요청한 뒤 차량 트렁크에서 구조용 장갑을 꺼내왔다.
골절이 있거나 경추 손상 등이 확인되면 전문적인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런 상황은 아니었기에, 그는 곧장 유리창을 뜯어 운전자를 바깥으로 끌어낸 뒤 터널 한쪽 안전지대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운전자를 밖으로 끌어내는 것만큼 이나 신고도 쉽지 않았다. 사고 지점이 터널 안이라 위치정보 시스템(GPS) 좌표가 잡히지 않아 119 상황실이 위치 추적을 할 수 없었던 것. 강원 원주에 살고 있는 이 소방사 역시 초행길 운전이라 제대로 된 위치를 알 수도 없었다.
이 소방사는 그때 지나가던 시외버스를 세워 기사에게 정확한 사고 위치를 물었고, 작은누나는 119 상황실에 위치정보를 알려 소방대의 원활한 출동을 도왔다.
이후 경기소방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운전자는 무사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소방사는 “고속도로에서 난 사고라서 2차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도로에 차들이 서행하고 있었고 이 덕분에 차량에서 내려 구조활동을 할 수 있었다”며 “여행 일정이 한 시간 정도 늦어지긴 했지만, 당시에는 다른 생각이 안 들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