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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잃는 물가 정점론…연준 울트라스텝 전망도 나왔다(종합)

김정남 기자I 2022.09.13 23:07:06

올해 8월 CPI 물가 전년비 8.3% 상승
유가 하락에도…식료품·집세·서비스↑
일각서 나온 인플레 정점론 무색해져
일각서 "연준 9월 울트라스텝 가능성"
국채금리·달러값 폭등…미 증시 폭락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 밖 폭등했다. 기름값이 떨어졌음에도 식료품, 주거비, 서비스 등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월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일각에서 나왔던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힘을 잃고 있는 기류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가 울트라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미국 8월 소비자물가 8.3% 폭등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3%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다우존스가 각각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0%)를 상회했다. 전월인 7월(8.5%)과 비교해 0.2%포인트 낮지만, 월가 전망치는 큰 폭 웃돈 것이다.

CPI 상승률은 지난해 1월과 2월만 해도 각각 1.4%, 1.7%로 연준 목표치(2.0%)를 밑돌았다. 그러나 갑자기 폭등하더니 올해 들어 7.5%(1월)→7.9%(2월)→8.5%(3월)→8.3%(4월)→8.6%(5월)→9.1%(6월)로 급기야 9%대를 넘어섰다. 7월 이후 정점론이 서서히 나왔지만, 그럼에도 8% 중반대 상승률은 지속했다. 여전히 1980년대 초 수준의 초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월과 비교한 상승률은 0.1%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0.1% 하락했을 것이라는 월가 전망을 웃돌았다. 휘발유 가격이 한달새 10.6% 떨어지는 등 에너지 부문은 5.0% 하락했다. 그러나 식료품(0.8%), 신차(0.8%), 의료서비스(0.8%), 교통서비스(0.5%) 등 식료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물가는 고공행진을 했다. CPI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주거비(shelter)는 0.7% 상승했다. 근래 인플레이션이 단지 유가 폭등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주식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은 (에너지 가격 외에) 식료품, 교통서비스, 주택 임대료에서 오고 있는 게 매우 자명해졌다”며 “특히 집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연준이 현재 싸우고 있는 것들 중 가장 완고한 것들”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포트폴리오 설계 헤드는 “이번 CPI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떨어지기까지 우리가 가야 할 긴 여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6.3% 뛰었다. 시장 예상치(6.0%)를 상회했다. 전월과 비교한 수치는 0.6%를 보이며 전망치(0.3%)를 웃돌았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뱅크레이트의 마크 햄릭 수석분석가는 “이번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큰 폭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에게 펀치를 날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일각 연준 울트라스텝 전망

상황이 이렇자 월가 일부에서 나왔던 물가 정점론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달(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달 연준의 울트라스텝 전망은 이날 오전 현재 18.0%다. 100bp 울트라스텝 가능성은 전날까지만 해도 0%였는데, 이날 CPI 지표가 나오면서 새롭게 반영됐다.

CPI 지표가 나온 직후 50bp를 올리는 빅스텝 확률은 아예 사라졌고, 75bp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전날 91.0%에서 이날 82.0%로 내려앉았다. 자이언트스텝으로 기정사실화했던 시장 기류가 갑자기 뒤바뀌고 있는 셈이다.

금융시장은 곧바로 반응하고 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오전 9시54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17.4bp 급등한 3.745%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3.752%까지 올랐다. 최근 주춤했던 달러화도 폭등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109.56까지 올랐다.

뉴욕 증시는 폭락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현재 1.74% 내리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1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95% 각각 떨어지고 있다.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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