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미국과 영국이 홍콩의 민주주의가 악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나란히 발간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홍콩정책법’에 따라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 1년간 중국 정부는 홍콩의 민주적 단체를 해체하고 사법부에 전례 없는 압력을 가했으며 학자와 문화적 자유, 표현의 자유를 옥죄었다”고 밝혔다. 홍콩정책법이란 미국이 지난 1992년 제정한 것으로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대우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미 국무부는 “올해 홍콩 반환 25주년이 다가오면서 홍콩의 자유는 약해지고 중국 정부의 통제는 강화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계속되는 탄압으로 홍콩과 중국 본토 도시 간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무부는 보고서에 지난해 빈과일보와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기념관 등이 문을 닫거나 인권이 침해된 사례들을 열고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홍콩 선거제를 개편,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려 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과 금융계를 포함해 홍콩 사회의 모든 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썼다.
미 국무부는 “홍콩 당국이 평화로운 정치적 표현을 범죄화하면서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십명을 체포해 재판도 없이 장기간 구금하고 있다”며 “홍콩의 사법 독립과 법치 수호 역량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더 이상 홍콩에 중국 본토와 구별되는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같은 날 영국도 홍콩의 정치·사법 시스템이 악화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홍콩의 상황을 평가한 반기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트러스 장관은 보고서에 “홍콩국가보안법은 홍콩 기본법(미니 헌법)과 1984년 중·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중국 정부의 법과 가치를 집행하도록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콩국가보안법은 영국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고, 해당 법으로 홍콩 시민사회는 체포와 투옥의 두려움 속에서 파괴됐으며 홍콩에는 독립 언론이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은 홍콩의 최고 법원인 종심 법원에서 비상임 판사로 활동해온 2명의 자국 법관을 철수하도록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홍콩에서 법관을 철수하기로 한 결정으로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수호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