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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이 확보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 파일에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두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입단속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취 파일에 따르면 김 씨는 “은행 돌아다니며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직원들이 많이 알더라. 천화동인 1호가 네 것이라는 걸 알고 있더라”며 유 전 본부장을 질타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누군가 내 몫으로 해 놓은 것을 말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겠냐”며 자신이 직접 말하고 다닌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과 김 씨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남욱 변호사와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도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 21일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이 같은 수사 상황을 종합해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에 앞서 남 변호사 등에게 받은 3억5200만 원 뇌물 혐의 외에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준 뒤 화천대유에서 700억 원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씨가 천화동인 1호를 차명 소유한 뒤, 천화동인 1호 배당금 1208억 원 중 700억 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주기로 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柳 배임 혐의 추가 기소 난항…檢, 윗선 수사 ‘꼬리 자르기 식’ 우려
법조계에선 그간 윗선 실체 규명의 관건으로 여겨졌던 소위 “그분”을 검찰이 유 전 본부장으로 지목하면서 윗선 수사는 ‘꼬리 자르기 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성남시청에 대한 늑장 압수수색 당시부터 수사 의지를 의심 받았던 검찰이 이젠 ‘그분’을 유 전 본부장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느낌”이라며 “야당의 특별검사 도입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배임 혐의 추가 기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윗선 수사는 더욱 어려워 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는 윗선 수사의 연결고리로 여겨졌다. 유 전 본부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한다는 것은 곧 결재 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윗선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 청구 시엔 적시했던 배임 혐의를 정작 기소 때엔 적용하지 못하면서 비판에 직면했다. 검찰 수사의 미진함 때문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를 통한 추가 기소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지만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 것은 물론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삭제 경위를 밝힌 후 공범들의 구체적 행위 분담까지 특정해야 하는 만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난 21일 검찰이 대장동 핵심 4인방을 동시에 불러 4자 대질 조사까지 했지만 배임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고 추가적인 증거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의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 기소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 적용 여부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의 수사 성패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그분’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남 변호사의 최초 진술 등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유 전 본부장이 ‘그분’은 아니라고 본다”며 “검찰은 대가 없는 뇌물은 없기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를 반드시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