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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그분” 지목 檢, ‘윗선 수사’ 용두사미 전락하나

이연호 기자I 2021.10.25 16:21:51

김만배, 柳에 "천화동인 1호가 네 것이라는 걸 알고 있더라"
정영학 녹취 파일서 柳 입단속 정황…檢, 金 천화동인 1호 차명 소유 판단
"檢, '그분' 柳로 지목하고 수사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듯"
"柳는 '그분' 아냐…檢, 배임 반드시 입증해야"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영학 회계사 녹음 파일에 등장하는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그분’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윗선 수사가 용두사미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배임 혐의 추가 기소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장동 의혹 수사가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자들의 일탈 행위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연합뉴스.
◇檢, ‘그분=유동규’ 지목…김만배, 유동규 입단속 하며 질타 정황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이 확보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 파일에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두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입단속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취 파일에 따르면 김 씨는 “은행 돌아다니며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직원들이 많이 알더라. 천화동인 1호가 네 것이라는 걸 알고 있더라”며 유 전 본부장을 질타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누군가 내 몫으로 해 놓은 것을 말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겠냐”며 자신이 직접 말하고 다닌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과 김 씨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남욱 변호사와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도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 21일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이 같은 수사 상황을 종합해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에 앞서 남 변호사 등에게 받은 3억5200만 원 뇌물 혐의 외에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준 뒤 화천대유에서 700억 원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씨가 천화동인 1호를 차명 소유한 뒤, 천화동인 1호 배당금 1208억 원 중 700억 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주기로 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柳 배임 혐의 추가 기소 난항…檢, 윗선 수사 ‘꼬리 자르기 식’ 우려

법조계에선 그간 윗선 실체 규명의 관건으로 여겨졌던 소위 “그분”을 검찰이 유 전 본부장으로 지목하면서 윗선 수사는 ‘꼬리 자르기 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성남시청에 대한 늑장 압수수색 당시부터 수사 의지를 의심 받았던 검찰이 이젠 ‘그분’을 유 전 본부장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느낌”이라며 “야당의 특별검사 도입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배임 혐의 추가 기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윗선 수사는 더욱 어려워 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는 윗선 수사의 연결고리로 여겨졌다. 유 전 본부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한다는 것은 곧 결재 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윗선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 청구 시엔 적시했던 배임 혐의를 정작 기소 때엔 적용하지 못하면서 비판에 직면했다. 검찰 수사의 미진함 때문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를 통한 추가 기소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지만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 것은 물론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삭제 경위를 밝힌 후 공범들의 구체적 행위 분담까지 특정해야 하는 만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난 21일 검찰이 대장동 핵심 4인방을 동시에 불러 4자 대질 조사까지 했지만 배임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고 추가적인 증거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의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 기소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 적용 여부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의 수사 성패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그분’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남 변호사의 최초 진술 등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유 전 본부장이 ‘그분’은 아니라고 본다”며 “검찰은 대가 없는 뇌물은 없기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를 반드시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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