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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株스토리]삼성SDS에 지배구조란…걸림돌 혹은 디딤돌

이명철 기자I 2016.05.10 16:19:53

1조원 이상 조달하며 상장, 그룹 핵심 역할 기대
이재용 지분 매각에 주가 급락… 공모가 밑돌아
삼남매 지분 아직 17%… 활용 방안에 이목 쏠려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왕위’ 계승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일까. 삼성에스디에스(018260)(이하 삼성SDS)는 본업 자체보다 오너인 삼성가(家)의 보유 지분 향방이 더 부각되는 회사다.

2014년 기업공개(IPO) 당시만 해도 1조원 이상을 끌어 모으며 화려하게 상장했다. 그룹 내 정보기술(IT) 서비스와 신사업인 물류 업무처리아웃소싱(BPO) 성장성과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초 이재용 부회장의 보유 지분 일부 매각을 기점으로 주가는 그칠 줄 모르는 내리막길이다. ‘찬밥 신세’라는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는 삼성SDS가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2014년 최대어… 지배구조 프리미엄 듬뿍

삼성SDS는 1985년 삼성데이터시스템으로 창립한 국내 IT서비스 1위 업체다. 2010년 삼성네트웍스, 2013년 삼성SNS 등과 합병하며 지금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삼성그룹 시스템통합(SI)을 전담하고 IT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사업인 물류BPO는 자체 개발한 통합물류시스템 첼로와 공급망관리(SCM) 컨설팅 서비스를 영위한다.

상장을 위한 IPO 추진 당시에는 막강한 계열사향 매출이 든든한 회사 성장세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가 드물었다. 삼성전자 해외 물류수요에 기반을 둔 물류BPO는 향후 성장축으로 평가 받았다. 이 부문 매출액은 사업초기인 2012년 약 6300억원에서 2013년 1조8400억원으로 3배 가량 급증하며 고성장세였다. 삼성그룹 오너들의 보유 지분이 높아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게 작용했다.

수요예측 때 경쟁률 652대 1을 나타냈으며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는 1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공모가는 희망가 최상단인 19만원으로 결정돼 총 1조1589억원을 조달했다. 같은해 11월1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 시가는 공모가의 두 배인 38만원이었다. 높은 가격에 상장했음에도 이후 주가는 연일 상승해 같은달 25일 최고가인 42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재용 지분 매각에 휘청, 실적도 역성장

상장 후 차익실현 매물로 주가는 조정을 겪으면서 지난해 상반기 20만~30만원대를 오갔다. 하반기 들어 20만원 중후반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2014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2%, 17% 증가한 7조9000억원, 5934억원을 기록했다. IT서비스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고 물류BPO는 전년대비 5000억원 이상 늘어난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가가 곤두박질친 시기는 이 부회장의 지분 매각 이슈가 발생하면서부터다. 올해 1월29일 보유 중이던 지분 11.25% 중 2.05%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일에만 15% 이상 급락했다. 매각 이유는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금액으로는 약 3000억원 규모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인줄 알았던 삼성SDS 오너 지분이 실탄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 부회장은 각각 22.58%, 17.88%(지난해말 기준)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외 삼성SDS의 개인 최대주주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각각 3.9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은 아니지만 오너 지분만 20%에 달해 어떤 방식으로든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게 이전까지 금융투자업계 관측이었다. 단순 자금마련 용도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삼성전자나 삼성SDI와의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줄어듦과 동시에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이슈가 발목을 잡게 됐다.

실적도 정체됐다. 지난해 매출액(7조8500억원)과 영업이익(5883억원)은 전년대비 각각 5.6%, 8.7%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IT서비스 매출이 감소로 돌아섰고 물류BPO는 2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2월말 주가는 18만5500원으로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으며 10일 현재 17만4000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한때 희망공모가 하단인 15만원선까지 근접하기도 했다.

◇결국 다시 지배구조… 합병 가능성 여전해

지배구조 프리미엄으로 부각된 만큼 반등의 계기도 여기서 찾아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직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남매의 보유 지분은 17.0%에 달한다. 수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조달을 위한 추가 지분 매각 우려도 있지만 주가 급락 우려 때문에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원하는 계열사 지분으로 교환하려면 합병 등의 방법을 강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2조원에 가까운 보유현금을 활용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계획도 유효하다.

증권사의 투자의견 전망은 엇갈렸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리고 목표주가(21만원)를 다시 제시했다. 그는 “1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며 “IT서비스는 관계사 대상 신규 매출이 확대되고 물류BPO는 북미·유럽 내 판매 물류가 확장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래에셋대우와 하이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27만원, 28만5000원으로 각각 30.8%(12만원), 20.8%(7만5000원) 낮췄지만 향후 오너의 지분 활용 가치에 주목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추가 매각 가능성에 대한 시장 우려로 상장 이후 형성됐던 프리미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면서도 “총수 일가의 지분 활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프리미엄은 재차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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