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권이 천명했던 연말정산 후속대책 입법이 실패할 위기에 놓였다. 한번 걷은 세금을 다시 돌려주겠다는 사상 초유의 세금 환급안(案)은 그 태생부터 여론에 떠밀린 ‘누더기’였는데, 이마저 물 건너가면 조세 안정성과 대국민 약속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눈 앞의 조세저항 탓에 급히 세법의 일부만 뜯어고친 이번 대책이 나온 것 자체로 조세 제도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 원내지도부가 공감하고 있는 5월 ‘원포인트’ 국회의 최우선 쟁점법안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꼽힌다. 연급여 5500만원 이하 납세자의 세(稅) 부담 경감(각종 세액공제 확대)이 골자다.
다만 시간이 촉박해 처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게다가 국민연금 논란으로 여야간 기싸움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날 “5월11일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683만명의 연말정산 재정산이 불가능하다”고 한 것도 여야에 조속 처리를 당부하는 뜻이 담겨 있다.
연말정산 후속대책은 그 시작부터 진통이 잉태된 것이었다. 그 발단은 지난 1월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금폭탄 논란이 여의도 정가를 강타했지만 여권은 담담하게 대응했다. 당내 경제통 의원들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된 제도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는 동안 당내에서는 “지역구 표가 다 떨어져나가는데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불만이 쏟아졌고, 결국 ‘5월 소급적용’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나왔다. 불과 사흘 만에 표심(票心) 앞에 조세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가 많았다. 연말정산 소급은 전례가 없는데다 세법 안정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걱정이 상당했다. 법률가 출신인 당시 주호영 당 정책위의장 역시 ‘나쁜 선례’라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을 정도다. 앞으로 조세 저항이 있을 때마다 이런 ‘땜질식’ ‘초스피드’ 처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 기저에 있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번 5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든 안 되든 세금 환급 정책이 여권 주도로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로 이미 큰 논란”이라면서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세법 심사의 무게감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에 하나 이번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여권이 입는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국민을 상대로 세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못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주머니 사정과 직접 관련이 있는 조세정책 등은 국민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마련이다. 여권 내부에는 이에 따른 역풍 우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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