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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배우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햇수로 데뷔 25년 차가 된 유승호가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도전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24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운정그린캠퍼스에 있는 ‘엔젤 인 아메리카’ 연습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유승호는 “정확히 어떤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다. 홀린 듯 ‘하겠다’는 말이 나왔다”고 작품 출연을 결심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이어 “여전히 (출연 결심 이유가) 정확히 이것 때문이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면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내가 왜 이걸 하고 싶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 유승호가 연기하는 프라이어는 동성 애인이 있는 드래그 퀸(옷차림이나 행동으로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자) 출신 백인으로 에이즈 발병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날 유승호는 이전 작품들에선 볼 수 없었던 여성스러운 말투와 몸짓을 강조한 연기로 작품 시연에 임해 이목을 끌었다. 욕설을 내뱉으며 거친 감정을 분출하는 모습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승호는 “이번 작품이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기에 관련 영화를 많이 찾아봤고 성격의 창세기도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출님께서 소수자들이 일상에서 받는 시선을 직접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매니큐어도 칠해봤는데 그런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아울러 유승호는 “그분들(성소수자)의 진심까지 닿을 순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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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 공개 현장에 함께한 황석희 번역가는 “훌륭한 작가가 반드시 훌륭한 문장가인 것은 아닌데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토니 커너쉬가 굉장히 훌륭한 작가이자 문장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언어유희와 어순 조절을 통해 흐름과 리듬을 이어가는 부분이 굉장히 뛰어나더라. 한국어 대본으로도 그런 부분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신유청 연출은 “작품을 연출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공연장에 30분만 있어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번 작품은 3시간이 넘는 공연임에도 관객이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지’ 하고 느끼게끔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홀에서 공연한다. 유승호는 손호준과 함께 프라이어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작품에는 고준희, 정혜인(하퍼 아마티 피트 역), 이태빈, 정경훈(루이스 아이언슨 역), 이유진, 양지원(조셉 피트 역), 이효정, 김주호(로이 콘 역), 전국향, 방주란(한나 피트 역), 태항호, 민진웅(벨리즈 역), 권은혜(천사 역) 등이 함께 출연한다.
보수주의 정치계 유력인사이자 변호사인 로이 역을 맡은 이효정은 “공연계 환경이 어려운 시기에 리스크가 큰 무거운 주제의 작품을 택해 용맹하게 밀고나가고 있는 제작진에게 박수를 드리고 싶다”며 “최선의 결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