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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말 미국 업체들에게 수십장의 서한을 보내 SMIC 첨단 공장에 대한 판매 허가를 중단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다수의 업체들이 SMIC에 대한 수출을 중단한 상태였지만 이번 조치로 미국 반도체 소재기업인 인테그리스가 추가로 반도체 제조용 부품·재료 선적을 중단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에 수출을 중단한 인테그레스는 반도체 웨이퍼를 취급하기 위한 필터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로이터는 인테그레스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품 수출을 제한한 이후에도 SMIC에 반도체 부품·재료를 공급했지만 미국의 법률이나 규정을 위반한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기존에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는 기업은 수출 제한 조치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인 화웨이는 지난해 8월 SMIC의 고사양 7㎚(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칩을 장착한 스마트폰 ‘메이트 프로 60’을 내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고사양 반도체 관련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데 중국이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중국이 자체 생산한 반도체를 선보이자 위기 의식을 느낀 미국이 중국으로의 기술 유입을 막기 위해 추가 규제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미국 제재를 받은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 중국 기술 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중국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압력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장비·소재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만든 제품이 중국으로 유입되면 자체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8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자본의 중국 첨단기술 투자를 차단했다. 10월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기존 대중 견제 조치를 보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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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잇단 견제에도 중국은 화웨이의 스마트폰처럼 자체 생산력을 키우고 있다. SMIC는 올해에도 차세대 스마트폰 프로세서 제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6일 소식통을 인용해 SMIC가 5㎚ 칩 제조를 위해 상하이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추가 조치에 따라 SMIC는 당분간 수급난을 겪을 수 있단 전망이다. SMIC가 생산에 차질을 겪게 되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공급 또한 영향이 불가피해진다.
시장조사업체인 테크셋의 최고경영자(CEO) 리타 숀로이는 로이터에 “SMIC가 칩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화학물질과 부품을 중국·대만·일본·한국으로부터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국 공급망이 갑자기 끊기면 재고에 따라 3~9개월 동안 생산이 중단될 수 있고 새로운 공급업체를 찾더라도 엄격한 테스트를 거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과 중국간 보호무역 갈등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에 대응해 지난해 8월 반도체 핵심 재료인 갈륨·게르마늄 등 8개 광물에 대한 수출을 통제했다.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번 수출 제한에 대해 “명백한 경제적 괴롭힘이며 필연적으로 역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측이 국가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중국 기업을 억압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