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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처럼 3700억?…주가조작 제보자에 파격 포상금 준다

최훈길 기자I 2024.01.08 18:14:28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한도 없애고 제재금 30%까지 파격 포상
재원은 과징금, 국가재정 부담 거의 없어
윤재옥·안병길·이용우 주도, 9일 본회의
美처럼 자본시장 비리 제보 효과 있을듯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나 각종 비리를 신고한 내부 제보자에게 파격적인 포상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증권범죄 비리에 대한 제보가 늘면서 투자자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8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안병길 의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가 발의한 총 4건의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통합한 법안이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에도 일괄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법안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현행 포상금 한도(30억원)를 없애고 과징금을 비롯한 제재금의 30%까지 포상금이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제보자에게 파격적인 포상을 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도를 벤치마킹한 이른바 ‘한국판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 법안이다.

앞서 SEC는 지난해 5월에 내부 고발자 1명에게 포상금 2억7900만달러(3700억원)를 지급했다. SEC는 이 같은 내부고발로 40억달러(5조원) 넘는 투자자 피해를 막는 효과가 있었다고 봤다. 포상금 강화에 따라 SEC에 접수된 제보 건수는 2010년 334건에서 2023년 1만8354건으로 늘어났다.

SEC가 작년 11월 펴낸 연례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SEC가 제보자 포상금으로 지급한 금액이 작년에만 약 6억달러(7914억원)에 달했다. 포상금 지급 건수를 보면 주가조작 등의 제보자에 대한 포상 건수가 제일 많았다. 이어 폰지나 피라미드 사기, 코인, 기업 공시나 재무, 내부자 거래 순이었다. (참조 2023년 이데일리 12월11일자 <내부고발자에 3700억원 포상금…5조원 개미 피해 막았다>, 12월16일자 <7914억 제보자 포상금…‘제2 임창정’ 없는 美>)

반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제보자에게 지급한 우리나라 포상금 연간 총액은 2021년 1185만원, 2022년 0원, 지난해 1억850만원에 불과하다. 익명 제보는 불가능하다. 포상금 재원은 금융사가 부담하는 감독분담금이기 때문에 재원이 한정돼 있다.

김상수 정무위 전문위원은 해당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과징금 등) 환수된 금액의 일부로 지급되는 것이라 재정당국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작다”며 “오히려 내부신고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우 의원은 “공익신고는 희생을 감수하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공익신고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으로 공익신고가 활성화되고, 보다 투명한 사회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포상금 상향에 공감하면서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제도와 관련한 금융위·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간 협업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연간 기준.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988년~2009년 당시 SEC에 접수된 제보는 매월 1~2건에 수준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포상금 한도(건당 20억원), 제보 상황과 비슷한 셈이다. 파격적 포상금 도입 이후 SEC에 접수된 제보는 제도 도입 직전인 2010년 334건에서 지난해 1만8354건으로 55배 늘었다. 2023년 SEC 연례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가장 많이 접수된 제보는 주가조작 관련 내용이었다.(사진=최훈길 기자, 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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