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여 전 방역패스 계도기간이 끝났지만 여전히 곳곳에선 백신 접종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안심콜이나 전자출입명부와 별개로 백신 접종자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업주들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따로 확인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다시 거리두기가 강화된 상황에서 방역패스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
정부가 위드 코로나 시행을 중지하고 거리두기 강화로 유턴하면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시설 운영을 제한하는 방역패스 적용 시설이 확대됐다. 지난 13일부터 식당·카페·학원·PC방 등 대부분 실내 다중이용시설은 일주일간 계도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방역패스 시행에 돌입했고, 18일부터는 종교시설도 적용대상이 됐다. 이에 방역당국은 수기명부 작성을 금지하고 전차출입명부와 안심콜 사용을 원칙으로 정했다.
업주들이 2차 백신 접종 후 14일이 지났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쿠브(COOV)’ 앱에 등록된 접종 완료 내역이나 QR 코드에 적힌 ‘접종완료’ 문구를 통해서다. 안심콜과 별개이며, QR코드 또한 앱과 연동하지 않으면 백신 접종 여부가 나타나지 않아 따로 확인이 필요하다.
안심콜과 QR코드 확인으로 업주와 손님들은 방역패스 적용이 저절로 된다고 생각해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서울 관악구에서 9년간 식당을 운영한 김모(67)씨는 “QR에 백신 접종 등록이 안되면 주민등록증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확인하고 있는데, 연동 안 해놓는 손님들도 있어서 번거롭다”라며 “방역패스한다고 이것저것 확인하라는 것도 많아서 헷갈리고,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은 이런 기계 만지는 것도 힘들어서 애로사항도 많다”고 했다.
휴대폰이 없는 시민들도 난감한 상황에 놓인다.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던 중 배터리가 방전돼 휴대폰이 꺼진 20대 여성 이모씨는 수기명부도 금지돼 방문 기록을 남길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안심콜을 할 수 없어서 수기명부라도 쓰려고 했는데 수기명부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며 “음식점 직원에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해서 밥은 먹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영화관을 찾은 50대 부부는 QR코드에 앱을 연동하지 않아 백신 접종 여부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들은 “여기 백신이 안 뜨는데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했고, 앱을 다시 설치하느라 입장 대기줄은 계속해서 길어지기만 했다.
|
방역패스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상관없이 전국 모든 시설에 적용된다. 다만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경각심이 떨어지고 정책이 알려지지 않아 방역패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사람들이 밀집하는 유명 관광지의 식당이나 카페는 종업원들이 백신 접종자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제주도 해변가에 위치한 A카페는 전자출입명부를 확인하라는 안내문을 출입문 곳곳에 비치했지만 방역패스 확인은 따로 하지 않았다. 대기 손님들이 10여명 가까이 줄을 서 있어 직원들이 따로 출입문을 지키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도내 식당 일부 역시 전자출입명부와 안심콜 어느 것도 요구하지 않았단 게 관광객들의 전언이다. 방역패스 시행 이후 제주도에 다녀온 김모(26)씨는 “여행으로 온 거라 방역패스에 대한 인식도 없었고 비수도권에 적용되는지 몰랐는데, 어떤 식당은 보여달라고 하는 곳도 있어서 그때 알았다”며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대형카페는 직원들이 주문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방역패스가 유명무실했다”고 평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안심콜이나 QR코드는 우리 매장에 왔다는 것만 확인되는 거고 방역패스는 따로 확인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1인 매장 등 일부 매장은 주문받고 음료를 만드느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방역패스 적용이 쉽지 않은데도 정부는 방역 책임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