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조국 사과’ 후폭풍… 노선 투쟁 도화선 되나

이정현 기자I 2021.06.03 16:20:06

송영길 사과 놓고 당내 왈가왈부, 비주류 vs 친문 논쟁 양상
“대표로서 그럴 만 했다” vs “尹 수사도 동일 잣대로”
‘강성 친문 지지층’ 극렬 저항… 차기 주자 부담으로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쓴 회고록 ‘조국의 시간’ 발간을 계기로 재점화한 ‘조국 사태’에 사과를 한 것을 놓고 3일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공개 반발이 이어지는데다 강성 친문 지지층은 ‘송영길 탄핵’으로 맞서고 있다. 당 지도부는 ‘조국 사태’가 일단락되기를 바라는 눈치이나 일각에서는 비주류인 송 대표에 맞서 노선 투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결과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친문 성향이 강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 모두 발언에서 송 대표가 국민소통·민심경청 결과를 발표한 데에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더 분명히 알게 됐다”며 “스스로 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반성하겠다. 현안에 대해 먼저 경청하고 국민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국 사태’에 대한 언급 없이 “부동산 안정, 코로나 극복, 경기 활성화 등 민생과제를 살뜰히 챙기겠다. 검찰, 언론, 공직기강 등 개혁과제 역시 흔들림 없이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개혁 의지를 재확인했다.

송 대표의 사과와 관련해 당 내부에서는 ‘현 상황에 그럴 만 했다’는 평가가 나오나 반발도 만만찮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송 대표가 사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대권이나 정치적 야욕을 위해서 자기 상급자인 조국 전 장관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검찰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가족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며 “(조 전 장관과)동일한 잣대로 엄정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윤건영 의원은 “(송 대표의 사과가)조 전 장관을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이 아플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당대표의 판단을 존중하며 대표로서는 전체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 했다.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는 당내 강성 친문 지지층이다. 당원게시판에 송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송 대표 자진하차, 안하면 탄핵’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조국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자 부담은 차기 대선주자들이 떠안게 됐다. 모 대선 후보를 돕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송 대표의 사과로 큰 산을 하나 넘은 셈이긴 하나 아직 넘어야 할게 많다”며 “곳곳에서 당 노선을 두고 파열음이 생기면 대선에 이로울게 없는데다 ‘조국 사태’를 매듭짓는 문제를 대선주자들이 떠안아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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