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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7일 “현재 통화정책이 완화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소비가 지지부진했다”며 “집값이 하락하면서 주택보유자를 중심으로 소비를 줄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27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기준금리에 대한 판단과 가계의 소비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신 위원은 현재 1.25%인 기준금리에 대해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 “(이처럼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면) 가계의 소비가 활발해야 하는데 작년까지 소비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가 이상하리만치 소비를 늘리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 2010년 이후 가계평균소비성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평균소비성향은 가계의 소득 대비 소비의 비중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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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통화정책과 가계소비성향이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을까.
신 위원은 주택가격 하락과 고령화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그는 “최근 6년 사이(2011~2016년) 주택보유자가 평균소비성향 하락을 주도했다”며 “이는 지난 2006~2010년동안 유(有)주택가계와 무(無)주택가계 사이에 소비성향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던 것과 다른 흐름”이라고 밝혔다.
가계동향조사에 들어 있는 ‘주택보유 및 연령대별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30세 미만을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유주택자의 2011~2016년 사이 평균소비성향은 무주택자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50대 유주택자들의 소비성향하락이 두드러졌다. 2011~2016년 50대 유주택자의 평균 소비성향(68.7%)이 지난 2006~2010년 평균(72.8%) 보다 4.1%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50대 무주택자는 오히려 0.4%포인트 오른 74.8%를 기록했다.
40대의 경우 유주택자의 평균소비성향은 4.2%포인트 하락했지만 무주택자는 1.9%포인트 낮아진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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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위원은 주택보유자가 소비를 큰 폭으로 줄인 원인으로 ‘집값 하락’을 찾았다. 신 위원은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지난 2012~2014년 사이 상당 폭 하락했다”며 “최근 2년 동안 주택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중형 이상 아파트 가격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아직 하락폭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 했다”고 설명했다.
중형 이상 아파트 소유자가 보통 40대 이상에 집중된 만큼, 줄어든 주택가격 영향을 받아 중장년층이 소비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
신 위원은 “장년 이상의 가계일수록 전체 자산 중 주택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주택자산 하락이 중장년층의 소비에 상당 부분 악영향을 끼쳤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집 한 채 달랑 보유한 채 은퇴 시기를 맞게 되는 상당수 장년층들에게 집값 하락은 치명적일 수 있다.
신 위원은 고령화도 언급했다. 그는 “연령이 높은 가계일수록 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는데 고령화로 고령가계 비중은 커지는 상황”이라며 “소비성향 하락은 고령가계가 주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신 위원은 미래 소비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소형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2015년 이후 전체 아파트 가격지수가 예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 위원은 “이제 가계소비성향의 하락 흐름이 완화될 것을 조심스레 기대할 만한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