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회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KGM 익스피리언스센터 강남에서 해외 딜러 초청 시승 행사를 개최한 뒤 기자들과 만나 “40년 간 중소·중견·대기업을 거치며 여러 사업을 해봤지만 자동차가 가장 어려웠다”며 “하지만 직원들과 협심해 노력한 끝에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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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회장은 “KGM은 현대차·기아와 달리 현지 딜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소통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직접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전시장에 차를 좀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계속 신차를 공급해서 우리 회사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몇 년 더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KGM의 수출량은 2021년 2만8000여대에서 작년 6만2000여대로 껑충 뛰었다. 현재 특정 국가의 딜러는 여타 브랜드 판매를 접고 KGM 차만 취급하기도 한다. 튀르키예에선 KGM 전기차가 현대차·기아 제품을 거의 앞지를 정도로 많이 팔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만성 적자 회사를 흑자 회사로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완성차 산업은 B2B와 B2C가 혼합돼 구조가 복잡한데다, 애초 쌍용차의 판매량이 너무 적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완성차 산업은 3년 전에 부품, 생산 등 B2B 영역을 확정해 놓고 3년 뒤 B2C로 판매하는 구조다. 노란 셔츠가 3년 뒤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 1만장을 준비해 놓고 3년 뒤 그 트렌드와 수량이 맞아야 하는 것”이라며 “차 10만대를 준비해 놓았는데 3년 뒤 5만대밖에 안 팔려도 문제고, 5만대를 준비했는데 10만대 주문이 몰려와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연 300만대 이상 판매해야 여러 제품 믹스를 통해 계산이 맞지 않을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우리는 넓은 시장에 다양하게 팔아야 살 수 있다. 한 나라에서 1만대를 팔기보다 1000대씩 열 개 나라에서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 회장은 또 “피지, 폴리네시아, 말리 같은 나라에서 우리 차가 한 달에 4~5대 정도 팔리는데 큰 시장에서 활동하는 현대차그룹이 챙기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우리는 작은 시장에서 ‘낙숫물’을 받는 게 실속이 있으며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전체로 봐도 이러한 방식이 좋다고 본다”고 했다.
신차 ‘무쏘 EV’도 수출 호조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무쏘 EV는 곽 회장이 KGM 회장으로 취임하고 처음으로 기획 단계부터 직접 손을 댄 작품으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픽업 트럭은 용달차, 짐차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아서 그걸 바꿔 보자는 게 무쏘 EV 개발 목적이었다”며 “기획 단계에서 고객들이 픽업을 승용차처럼 생각할까 의견이 분분했지만 우리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승용차의 고급 사양에 디자인에 힘을 줘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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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회장은 “우리 그룹엔 법정관리를 거친 회사들, 즉 환자들이 많은데 당장 환자를 고치는 게 제가 할 일”이라며 “다만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여유가 없다. 요새 누가 환자를 데리고 오면 ‘아직 수술 중이다, 받지 말라’고 거절하고 있다”고 웃었다.
한편 그는 미국 정부의 고율 상호관세 부과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각 나라의 이념보다 어떤 이해관계를 가졌는지에 따라 세계 교역 판도가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회장은 “KG스틸의 수출 제품을 실은 배가 태평양을 건너가고 있는데 도착하면서부터 관세 25%를 적용받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시리아와 수교를 맺었던데, 과거 동맹이 아니라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게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인의 필요성이 전보다 더욱 커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