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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IRA를 통해 부품 생산·조립 지역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미국산 제품 생산·소비를 촉진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산업 등에도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IRA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해야 한다. 아울러 배터리의 경우 일정비율 이상(2023년 40% 등)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배터리 광물을 사용해야 한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도이지만, EU와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 차별적인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
EU에선 차별적 산업정책 때문에 역내 산업경쟁력이 초토화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유럽계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 최고경영자인 아디타 미탈은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유럽에서 IRA에 맞서지 않으면 창업가와 기업가, 투자가가 더는 (역내)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대응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다만 각론에 대해선 각국마다 생각이 엇갈린다. 강경 대응을 주도하는 건 프랑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유럽과 미국의 분열을 경계하면서 “‘메이드 인 유럽’ 전략이 필요하다”고 이달 초 말했다.
EU집행위원회도 같은 맥락에서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보조금·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게 핵심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이를 위한 재원으로 회원국들이 출자해 유럽주권기금을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하지만 독일은 유럽주권기금 마련에 반대한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이미 많은 공적 자금(보조금)이 있지만 쓰이지 않고 있다”고 17일 CNBC에 말했다. 독일은 보조금 확대보다는 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강화 등을 선호한다. 독일 기업은 다른 유럽 국가 기업에 비해 미국 내 공장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IRA에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보호무역주의를 둘러싼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격화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무역전쟁 경보를 발동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분쟁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논평했다. 각국간 보조금 경쟁이 벌어지면 재정적으로 부유한 국가들만 산업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