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찍고 내려온 운임"…화물로 날아오른 항공사에 독될까

송승현 기자I 2022.02.17 17:02:13

대한항공·아시아나, 작년 영업익 1.5조·4565억원…"화물 특수 덕"
LCC, 적자 행진에 잠정 실적 발표 생략…올해부터 화물사업 본격화
올해 초 물동량 감소에 운임 하락세…"일시적 현상" 전망도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대형항공사(FSC)들이 올해 기세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FSC들의 실적 상승을 이끌었던 화물 운임이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물류 생산 공장 셧다운(가동중단)과 항만 정체 현상 완화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사업에 뛰어들며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는 LCC(저가항공사)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각 사.)
◇화물 사업으로 날아오른 FSC…잠정 발표 생략한 LCC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의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 7534억원, 영업이익 1조 46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8.2%, 515.4% 증가한 수치다.

대한항공은 2010년 연간 최대 영업이익 1조 1589억원을 경신했다. 대한항공은 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7044억원을 올리며 2016년 3분기에 기록한 분기 최대 영업이익(4476억원)도 뛰어넘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오랜만에 웃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액 4조 1104억원과 영업이익 45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흑자는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FSC들의 역대급 실적은 항공 화물 사업이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의 화물 매출은 지난해 6조 6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57.5%로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5%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출액은 3조 1485억원으로 기존 최대 기록인 2020년(2조 1407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화물 사업 비중이 적은 LCC들은 잠정실적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영업손실이 예상되면서 잠정실적 발표를 생략하고 다음 달에 공시할 사업보고서를 통해 최종 실적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공시 규정상 잠정실적 발표는 의무가 아닌 자율공시 사항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CC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제주항공(089590) 3225억원 △티웨이항공(091810) 1557억원 △진에어(272450) 1989억원 △에어부산(298690) 2043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LCC들의 적자행진은 국제선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티켓 가격 인하 등 국내선 노선에서의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정점 찍고 하락한 항공 운임·물동량 본격 감소…“특수 저무나”

LCC들은 적자행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잇따라 화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화물기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6월 화물운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생 LCC인 에어프레미아도 지난해 말부터 싱가포르와 호치민 노선에서 화물운송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이 기간 총 281t(톤)의 화물을 실어날랐다. 이외에도 티웨이항공과 진에어 등도 여객기에 화물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문제는 화물 운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항공 화물 운임은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인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인 TAC인덱스에 따르면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이달 들어 kg당 10달러(약 1만 2000원) 후반대다. 지난해 12월13일 14.3달러(약 1만 7100원)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간다. 홍콩~유럽 운임도 같은 기간 kg당 8달러에서 6.61달러로 21% 떨어졌다.

운임 하락은 항공 화물 물동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 항공 화물 수요는 26만t 규모로 지난해 2월(23만 7367t)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달과 비교하면 6.8% 급감했다. 운송량이 많았던 동남아지역 등에서 의류 등 생산 공장 셧다운이 발생하면서 물류 생산이 감소한 영향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항공 화물 수요가 폭증해 운임이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하반기부터 공급망이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난해처럼 화물 특수를 누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항공 화물 수송량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 1월 수송량은 30만 947톤으로 전월 대비 5.8% 감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항공 운임 하락 기조가 계절적 비수기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상 1월은 연말 성수기로 인해 기저효과가 발생한다. 항만 적체 현상과 컨테이너 운임 상승으로 인해 항공 화물 수요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며 “LCC 화물 사업 확장도 아직은 FSC를 위협할 수준은 안 돼 출혈 경쟁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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