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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독일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가 최근 일본에 대한 투자 판단을 보류했다. 일본 법인 사원들 중 10∼15%가 외국 국적자들인데, 대부분이 일본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멘스가 일본 기업과 공동 추진하던 기계 관련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일부 투자 안건도 보류됐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일본 시장에서 성장 전망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기업인 독일 보쉬도 같은 이유로 일본 사이타마현 공장의 신제품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31명의 외국인 근로자와 그 가족 37명은 아직 일본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업체 포르시아클라리온 일렉트로닉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모회사인 프랑스 포르시아의 임원과 기술자 등 장기체류 예정자들 중 일본 입국자는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11월 말 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기 시작하자 외국인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탓이다.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정책을 펼치는 국가는 세계에서 일본이 유일하다.
방역 대책 강화 이후 지난해 12월 일본 신규 입국자 수는 총 2783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5% 급감했다. 앞서 지난해 1~10월 사업 관련 방문 목적으로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도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90% 쪼그라들었다.
외국인 근로자 뿐 아니다. 일본에서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면서 일손 부족 해소에 기여했던 기능실습생과 유학생 입국도 사실상 끊겼다. 지난해 1~11월 신규 유학생 입국자수는 1만 1000명으로 2019년보다 90% 줄었다.
이는 미국 상황과 대비된다. 미국은 사업 목적 입국자수 감소폭이 2020년 80%에서 지난해 60%로 크게 하락했다. 2020년 9월~2021년 8월까지 미국을 찾은 신규 유학생 수도 14만 500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2018년 9월~2019년 8월 26만 9000명 대비 50% 감소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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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사태 이전인 지난해 1월부터 외국인 입국 금지를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지난해 11월 말엔 오미크론 때문에 방역 대책을 한층 더 강화한 것이다. 오랜 시간 기다렸던 외국인 근로자들과 유학생들은 일본행을 포기하고 다른 국가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작용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아르바이트의 약 30%를 유학생에게 의존하고 있던 한 대형 이자카야 체인은 심야영업 및 배송을 중단했다. 미나미야마대학은 유학생 교환을 해오던 미국 파트너 대학으로부터 일시중지 통보를 받았다. 외국인 정보기술(IT) 인재를 일본 기업에 파견하는 휴먼리소시아는 “인도 등 약 200명의 IT 인재가 일본으로 입국하지 못하자 일부 엔지니어들이 일본행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일본 내부는 물론 해외에서도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경제인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업은 순전히 일본 기반으로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 외국 공장과의 기술 협력이나 기업 인수·합병(M&A) 교섭 등에 지장이 있다”며 입국 금지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100명 이상의 학자 및 교육단체 등은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입국 금지 재검토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일본의 국익과 국제 관계에 해를 끼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닛케이는 쇄국 상태가 계속되면 인재 및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다로 경제조사부장은 “일본이 ‘코로나 쇄국’을 고수하면 기업의 사업 지속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