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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시와 서초구청에 따르면 ‘양재 테크시티’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교통영향평가 일정을 잡지 못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올해 안에 심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서울시 교통정책과와의 협의에 따라 지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재테크시티는 서울시 양재·우면 약 300만㎡에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기술 인프라가 결합한 도심형 혁신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침체된 동베를린 구 시가지를 활용해 지역혁신을 이룬 독일 베를린의 아들러스 호프가 대표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6년 조성계획이 발표, 2017년 초 지역특화발전특구 지정을 목표로 했지만 5년째 첫걸음도 때지 못했다.
개발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은 서울시와 하림그룹 간 오랜 갈등이 꼽힌다. 서울시는 양재동 일대를 연구개발 중심의 양재 테크시티로 조성하려 했지만, 하림이 지난 2016년 9만㎡가 넘는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사들여 대규모 최첨단 물류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림의 물류센터는 서울시가 원하는 연구개발 시설이 아니었다.
5년여간의 갈등 끝에 감사원은 하림그룹의 손을 들었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인허가 과정에서 “건축물의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 시설로 채워야 한다”며 대외 구속력이 없는 방침을 준수하도록 하림에 요구했고, 법적 근거도 추후에 마련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교통영향평가 일정도 잡지 않아
감사원이 시시비비를 가렸지만, 양재 테크시티 사업의 후속 작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서초구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진행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기초조사단계인 교통영향평가 일정도 잡지 않고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사업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다른 부서에서) 광역교통개선 대책이 나와야 그 결과를 담아 교통영향 평가를 할 수 있는데, 아직 대책이 나오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언제 진행된다고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림의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가 양재 테크시티 R&CD코어권역에 포함돼 있는 만큼 하림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는 것도 지구단위계획 정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서울시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절차적 하자’로 받아들이고 본질적인 사업계획 인허가는 별개의 사항이라고 판단해 처음부터 사업계획을 따지고 있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재테크시티에 참여하려는 기업 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4월 화물운송업체 KCTC가 R&D 데이터센터 건립을 신청한 1건이 전부다. 애초 서울시는 중소기업 1000개와 신규 일자리 1만 5000개가 들어설 것으로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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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테크시티의 배후단지로 주목됐던 주거단지들의 표정도 어둡다. 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양재 테크시티가 들어서면 인구유입 효과로 주변 집값이 뛸 것이라고 홍보하며 분양을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개발도 진행된 게 없다”며 “전반적으로 집값이 올라서 망정이지, 이 정도면 거의 분양사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하림 부지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사업 자체가 추진되기 힘들 듯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실제 당시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등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단지들은 “양재동, 우면동 일대는 기본적으로 주택가격 수준이 높기 때문에 향후 양재테크시티 사업이 완료되면 상대적으로 주거비부담이 적은 인접 지역에 주거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업 지연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협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 노른자 땅의 사업이 지연되면서 업무단지 조성과 함께 부차적인 주거단지 공급 등도 멈춰있는 상황”이라며 “하향식 개발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지속적인 의견 취합을 통해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