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코로나 확산에도 '3% 중반 성장률' 자신.."금리 인상 씨앗 뿌렸다"

최정희 기자I 2021.04.15 20:00:00

수출·투자·소비 삼박자.."예상보다 더 좋다"
"'3% 중반 성장' 등 회복세 현실화 여부는 지켜봐야"
"통화정책 기조 전환 이르다"지만..'금융 안정' 유의
성장세 안착된다면 금리 정상화로 한 발 옮겨갈 듯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코로나19) 불확실성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3% 중반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코로나19 4차 유행 우려가 번지면서 ‘코로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3% 중반대 성장은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진 않았다. 아직은 한은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줄 만한 시점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3% 중반 성장세가 현실화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가 회복하고 있으나 그 회복세가 안착했다고 확신하긴 어렵다”며 “지금 단계에선 정책 기조 전환을 고려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채권 시장에선 이 총재가 금리 인상의 씨앗을 뿌린 것으로 해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삼성본관 17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 “코로나 확산 고려해도 3% 중반 성장 가능”

한은이 금리를 언제 올릴 것인지는 이 총재가 언급한 대로 3% 중반 성장률이 언제 얼마나 현실화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총재는 경기 회복은 확신했지만 동시에 통화 정책 변화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1분기, 석 달 동안 (경기 지표가) 좋았고 이것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며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간 차이) 축소 속도도 생각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마이너스갭이 사라지면 유동성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으로 6.4%, 8.4%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양국의 회복세에 3월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동월보다 16.6%나 증가, 3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6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이 총재는 “IT경기 강화에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가 당초 전망보다 확대되고 있고 추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소비 심리도 살아났다. 소비자심리지수가 3월 100.5로 기준치를 넘었다. 2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8% 감소했지만 1년전과 비교하면 8.4%나 급증했다. 이 총재는 “작년말부터 집행된 추가경정예산도 내수 진작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예상한 경기회복세가 기대로 끝날 것인지, 현실화될 것인지는 코로나19 확산에 달려 있다. 이날 통화정책방향 문구에 ‘코로나19 전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통화정책방향 문구에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계감이 추가된 것은 작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최근 700명대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존슨앤존슨(J&J)의 얀센 백신 부작용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부 계획대로 올 11월 집단 면역을 형성할 수 있을 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총재는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진 않았지만 이보다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고 백신 접종율도 2%대이지만 정부가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하반기엔 백신 접종이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의 재정 여력, 자영업자의 고통 등을 고려하면 강도가 세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3%중반 성장률 현실화될지 봐야”..‘금리 인상 언제쯤’

이 총재는 경기가 회복되곤 있지만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시점은 아니라고 봤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 기대했던 3% 중반 성장률이 현실화될 것인지를 좀더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물 경기 회복에 비해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선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완화에 (선제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다 생각하나, 아직은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백신 접종 등 경제 불확실성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면서도 “금융안정 상황에 유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채권 시장에선 이 총재 발언이 이전보다 금리 인상 쪽으로 더 다가갔다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올해, 내년, 내후년을 보면 올해가 가장 경기가 좋을 것이고 갈수록 회복 탄력성은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며 “한은 입장에서 성장, 물가가 가장 양호한 시기에 통화정책 여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선제적 인상을 고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 1회 인상 가능성을 시나리오에 넣을 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제 자신감이 확인됐고 금융 안정 발언 빈도도 높았다. 금리 정상화 씨앗이 뿌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내년 성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실제 금리 인상 시점은 이 총재 임기 종료(내년 3월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 총재는 장기간 역대 최저 기준금리가 지속되면서 나타난 가계부채 급증, 자산 가격 상승 등 버블 우려는 금리로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선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풍부한 유동성이 집값 급등의 원인중 하나라는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에 대해선 “완화적 통화 여건이 주택 수요를 촉진하고 가격 상승 압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주택 가격이 오른 것은 수급 우려 등 여러 요인에 따른 가격 기대 심리 영향이 크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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