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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26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과 관련해 홈페이지에 “한국 측은 중국 측이 제안한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연구할 의향이 있다(愿積極硏究)고 밝혔다”고 게시했다.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는 화웨이 등 중국 IT 기업을 배제하는 미국의 ‘5G 클린패스’ 정책에 맞선 중국 주도 데이터안보 구상으로, 지난 9월 왕 부장이 직접 발표했다. 미·중 간 갈등이 5G, 인공지능(AI), 신재생 에너지 등 차세대 기술·에너지 경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5G와 관련한 국제규범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다. 이같은 구상을 함께 논의하는 협의체에 한국이 들어올 것을 요청했고 강 장관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긍정적인 답을 했다는 것이 중국 외교부가 밝힌 요지다.
외교부는 “중국 측이 관련 구상을 설명했고 우리는 동 구상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관련 논의를 나름대로 검토해볼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중국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에 대한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란 설명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또 “공동으로 평화·안전·개방·협력의 인터넷 공간을 구축하고 유엔 등 다자주의의 틀 내에서 소통과 협력을 심화하자”며 “다자주의와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수호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바이든 미국 새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한국에는 ‘다자주의’의 틀 속에서 어느 한 쪽의 편에도 서지 않을 것은 물론,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의 틀 속에 들어올 것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여겨진다.
왕 부장은 “한국 측이 중한 사이에 민감한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양국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초를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쐐기를 박았다.
회담을 둘러싸고 한중간 온도 차가 느껴지는 것은 이 부분만이 아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외교·안보 2+2 대화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해 2차례 개최됐으나 2015년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소통채널을 다시 한 번 재가동시키자는 것이다. 반면 우리 측의 회담 결과 보도자료에는 이 부분은 빠져 있었다.
외교부는 “회담의 성과를 어떻게 발표할지는 각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한중간 이견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동맹인 미국과 장관급 외교·안보 2+2 대화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2016년 10월을 마지막으로 4년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물론 중국과의 2+2 대화는 국장급 회담이라 격이 다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외교·안보 협력채널을 중국과 먼저 재가동한다는 것을 밝히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