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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식 행보가 참신하다는 평가에서부터 언제까지 그런 파격이 이어지겠느냐는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 계파에 따라 이정현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비박계인 하태경 의원은 “내년 초부터는 대통령 후보 중심의 정국이 된다. 이정현 대표의 사실상 임기는 연말까지”라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친박계인 이장우 최고위원은 “어려운 당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의 2년 임기는 보장돼 있다”고 반박했다.
◇형식·의전 파괴에 ‘시선집중’
이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여의도 정치권의 고질적인 관행을 타파하면서 합격점을 얻었다. 우선 ‘봉숭아학당’이라고 불린 최고위원회의 운영 방식을 전면 비공개로 전환했다. 논란은 적지 않았지만 그동안 새누리당 아침회의가 계파갈등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난맥상을 바로잡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권위를 벗어던진 대표로서의 행보도 연일 화제다.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도부와의 오찬회동 이후 직접 마이크를 잡고 회동내용을 설명하는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 행보도 선보였다. 주요 현안과 관련, 크고작은 기자간담회와 브리핑을 수시로 여는 등 언론과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의전을 파괴한 민생행보도 주목을 받았다. 취재진과 당직자를 대거 동원한 보여주기식 행사에서 벗어나 실속형의 민생탐방에 나선 것.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점퍼와 면바지 차림으로 수행원 한 명 없이 대학도서관, 시장, 서점 등 민생 현장 곳곳을 잠행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전대 준비 당시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전국을 누빈 민생투어가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3선 대표 한계에 권위 흠집…내년 4월 재보선이 분수령
톡톡 튀는 행보에 비판도 없지 않다. 너무 혼자만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 당 일각에서는 ‘만기친람(萬機親覽, 모든 정사를 친히 챙긴다)’식으로 이 대표가 모든 현안을 챙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지도부와 적절하게 업무를 나누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특수한 관계 탓에 수평적 당청관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당장 이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오찬회동에서 호남인사 발탁 등 탕평·균형 인사를 공개적으로 건의했지만 수용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또 3선 대표라는 점도 한계다. 대표적인 게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였다. 참석 대상 중진의원은 20명이 넘었지만 절반에도 못미치는 8명만이 참석한 것. 특히 서청원, 최경환, 김무성, 유승민 의원은 물론 전대 라이벌이었던 정병국, 주호영, 이주영 의원 등이 모두 불참했다. 이 대표의 권위에 흠집이 난 것. 취임 초기라는 특성상 허니문 기간이 이어지겠지만 이 대표가 지나친 독자노선을 고수할 경우 언제든지 당내 대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순항 여부를 주요 당직 인선과 연결시키는 시각이 다수다. 단일성 지도체제 하의 이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사무총장, 대변인, 여의도연구원장, 인재영입위원장 등 당직인사에 전권을 행사한다. 비박계에 대한 배려없이 친박계가 주요 당직을 독식해 ‘도로친박당’ 논란이 심화할 경우 계파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멀게는 내년 4월 재보선 정국에서의 재보선 성적표에 따라 이 대표의 임기보장 또는 중도하차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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