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검찰의 사정 칼끝이 점점 포스코 전 수뇌부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현지에서 하도급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또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 무려 20건이 넘는 인수합병(M&A)을 통해 5조원 가량을 투자한 과정에서 비리가 없었는지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명가’의 자부심과 달리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과 잡음에 시달렸고, ‘신관치’, ‘코리안 리스크’의 불명예가 그림자가 따라다니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태생적 한계 탓이라는 탄식이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2000년 민영화 과정에서 주인 없는 기업이 되다 보니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들의 전리품처럼 취급당했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철강업종의 특성상 협력회사가 많고, 이러한 이권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는 포스코의 본사가 있는 경북 포항이 정권의 실세가 포진한 ‘영포라인’의 무대였다. 이 때문에 포스코를 향한 이번 칼바람이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제는 매번 반복되는 포스코 잔혹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때다. 검찰 수사는 부정부패와 함께 정치권의 잘못된 경영이나 인사 개입이 없었는지, 성역이나 정치적 계산을 두지 말고 이뤄져야 한다.
“국민기업인 포스코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정부 지분은 하나도 없고, 외국인 지분이 50%에 육박하는 기업에 권력이 개입하면 안 된다.” 포스코에 평생을 받쳐온 전·현직 임직원들의 우려와 걱정은 한결같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간에는 권력지향적인 포스코 고위층의 문화와 토양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권교체기를 틈타 정치권에 줄 대기를 한 정황도 간간이 드러났고, 협력사 대표 절반 이상이 한때 포스코의 전직 임원들로 채워지는 등의 허물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가 설령 고도의 정치 공학적인 계산에서 시작된 것일지라도 포스코가 온전히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가 검은 멍에를 버리고 생존하려면 외부 간섭을 막을 경영시스템과 투명한 후계자 양성 및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철보국’의 자부심으로 일생을 헌신했고, 지금도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직원들에게 의미 있는 회사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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