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대림산업·대우·현대건설 등도 비슷한 임대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어서 사업 추진 배경과 실효성 등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오는 6월 경기 화성시와 충남 천안시에서 5년 임대아파트 1816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과거에도 건설사가 분양 단지 내 미분양 물량 일부를 전세로 돌려 공급하거나, ‘신도림 아이파크’처럼 소규모 시행사가 대형 시공사 브랜드를 달고 임대아파트를 공급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형 건설사가 임대주택을 직접 건설해 운영키로 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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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동탄1신도시 인근인 화성시 반월동 3만1971㎡ 부지에 전용면적 59~84㎡ 임대아파트 468가구가 들어선다. 전체 가구가 임대 물량으로만 채워진 순수 임대주택 단지다.
천안시 성거읍 5만7682㎡에는 최고 29층, 10개 동에 전용면적 43~84㎡ 1348가구로 이뤄진 임대주택 단지가 공급된다. 두 단지 모두 오는 6월 입주자를 모집하고 내년 4월~6월부터 본격적인 입주를 개시할 예정이다.
GS건설은 2개 단지를 모두 5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의무 임대 기간의 2분의 1이 지나면 조기 분양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 단지들에 자체 브랜드인 ‘자이’를 붙일 지 여부는 확정하지 못했다. GS건설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 가치에 미칠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 이 두 곳은 GS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미착공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성이 나빠지면서 최장 7년 가까이 아파트 공사를 미뤘던 묵힌 땅이라는 이야기다. 당초 ‘화성 반월 자이’와 ‘천안 파크 자이’ 아파트 1778가구의 일반 분양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시공사였던 GS건설은 2013년 시행사(H&H·더조은미래)로부터 해당 부지를 사들여 자체 임대사업용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개발 사업비를 대기 위해 금융권에 대출 지급 보증을 섰다가 이자 부담이 커지자 운영 수익을 얻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형 임대…건설사·정부 윈-윈 vs 기업만 ‘횡재’
대형 건설사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이 임대주택 단지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전·월세 안정화 정책의 실효성을 미리 따져볼 수 있는 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13일쯤 임대사업을 하는 기업에 △소득세·법인세 등 각종 세금 감면 및 저리 자금 지원 확대 △택지비 인하 △건축 규제 완화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담은 ‘기업형 임대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건설사 입장에서 이번 대책은 GS건설처럼 악성 미분양 사업장을 임대주택 용도로 활용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사업이 분양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고 건설사 손실만 키우는 미착공 PF의 출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서도 어려움에 처한 건설 산업을 활성화하고 임대주택 공급도 늘린다면 일석이조다.
그러나 우려도 많다. 이렇게 되면 민간 기업의 사업 실패로 인해 악화된 수익성을 정부가 세금을 퍼주면서 보전해 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기 미착공 사업장에 정부 기금을 저리 지원하고 투자 세액 공제 신설, 용적률 상향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처럼 선호도 낮은 도시 외곽 지역에 조기 분양 전환이 가능한 보증부 월셋집을 대거 짓는 것이 중산층의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제공하는 조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은 모두 사회적 기회 비용”이라며 “억지로 기업형 임대업을 육성하려고 많은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다주택자 등 개인이 안정적으로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