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일본 간토(關東) 지역에 최근 9년 사이에 가장 강력한 태풍이 상륙한다는 예보로 열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후쿠시마 원전이 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전망이라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는 오염수 유출 등이 우려된다.
일본 기상청은 26호 태풍 ‘위파(WIPHA)’가 16일 오전 일본 간토(關東) 지방에 상륙할 것이라고 15일 예보했다.
위파는 15일 오후 7시 현재 중심 부근 최대풍속 40㎧, 순간최대풍속 55㎧, 중심기압 950hPa(헥토파스칼)의 대형 태풍이다.
중심의 위치는 북위 29.7도, 동경 135.8도이며 오사카(大阪)시에서 남쪽으로 약 770㎞ 떨어진 해상에서 시속 40㎞의 속도로 북북동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전 임시 기자회견을 하고 위파가 2004년 10월 상륙한 22호 태풍에 이어 가장 강력한 태풍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당시 태풍으로는 9명이 사망·실종했다.
기상청은 태풍의 상륙 시점이 출근, 등교 시간대와 겹치는 점을 고려해 충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현재 위파의 영향으로 간토 일대에는 시간당 20∼50㎜의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후 태풍의 이동에 따라 시간당 50㎜, 국지적으로는 시간당 80mm가 넘는 많은 비가 예상되는 지역도 있다. 해안 지역에서는 높이 10m 이상의 물결이 일 것으로 예고됐다.
태풍으로 철도와 항공 등 교통수단이 다수 묶인다.
NHK 보도에 따르면 16일 전일본공수(ANA)가 189편, 일본항공이 159편 결항하기로 하는 등 일본 전국에서 464편이 운항하지 않는다.
JR 동일본은 수도권 특급열차를 일부 운행 중단하기로 했고 일반열차도 운행 횟수를 줄일 예정이다.
휴교를 결정한 학교도 속출했다.
지바(千葉)현에서는 초등학교 690개, 중학교 300개, 도쿄도 소학교 487개, 중학교 222개가 16일 수업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간토 지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3천650곳이 임시 휴교한다.
미쓰이(三井)물산이 기상 상태가 좋지 않거나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 오전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직원에게 전파하는 등 주요 기업도 태풍에 대비했다.
교도통신은 도쿄 도심의 비즈니스호텔에 태풍 때문에 귀가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한 직장인의 예약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태풍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위파는 16일 정오를 전후로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을 지날 것으로 보인다.
집중 호우로 오염수 탱크 주변의 보에 고인 물이 흘러 넘치거나 지하수 유입이 늘어나 오염수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
토사 유출이 늘어나면서 토양에 흡수된 방사성 물질의 해양 유입이 빨라질 수도 있다.
강풍에 원전 시설이 파손되면 예상치 못한 방사성 물질 유출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특히 원전 앞 항만에 설치된 실트 펜스(수중차단막)가 파손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18호 태풍 마니가 인근을 지났을 때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탱크 둘레 보에서 물이 범람했다.
도쿄전력은 15일 발표한 대책에서 집중 호우에 대비해 임시 탱크를 운용하는 등 오염수 유출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으나 우려를 없애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은 특히 보에 고인 물의 방사성 물질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배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해 논란을 키웠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물 1ℓ에서 검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세슘 134 20㏃(베크렐) 미만, 세슘 137 30㏃미만, 스트론튬 90 10㏃ 미만이고 감마선을 배출하는 다른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외부로 배출하겠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도쿄전력은 이들 물질이 포함된 물을 매일 2ℓ씩 1년간 마셔도 연간 피폭량이 1m㏜(밀리시버트)를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