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은 30일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을 추석 이후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는 데다가 29~30일 열리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고려해 당에 만찬 연기를 요청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추석 민심을 들은 다음에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이번 만찬은 추석 이후로 연기됐다”고 했다.
이번 만찬 연기는 의대 증원 연기를 두고 대통령실·정부와 한 대표가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결정됐다. 지난 주말 한 대표는 의료 파행을 막기 위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자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의료개혁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에 한 대표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 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도 당정 갈등에 대해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의료개혁 관련해선 대통령실의 입장은 일관된다. 변함이 없다”며 “한동훈 대표 당 쪽에서의 의견과 전혀 무관하게 항상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배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굉장히 실현가능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 역시 “교육과 의료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말한 데 이어 29일 국정브리핑에서도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親韓 ‘대통령실, 달나라 상황인식’
의대 증원 논란은 당정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한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대통령실을 향해 “달나라 수준의 상황 인식”이라고 말했다. 친윤석열(친윤)계에서도 한 대표가 의원총회나 당정협의 등 공식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 정부 정책에 이견을 제기하고 제동 거는 것에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까지 연기되면서 여당 당직 개편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당정 갈등은 다시 위험 수위에 가까워졌다. 대통령실이 친윤에 가까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겐 만찬 연기를 알렸지만 한 대표에겐 알리지 않은 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편 이번 국민의힘 연찬회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응급실 상황을 포함해 의료개혁 현주소에 대해 충실히 설명하고 일문일답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될 것”이라며 “당정이 국정 핵심 현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