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중학교 위클래스(Wee class)에서 근무하는 전문상담교사 A씨는 “상담실 이름을 영어권 원어민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며 “화장실도 아닌데 교실(class)까지 붙어있으니 의아해하지 않을까”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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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효과 피하려 고민한 이름이나…“모호하고 설명 어렵다”
정서위기 학생의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Wee 프로젝트’ 등 상담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에는 비교적 이의가 없다. 문제는 명칭이다. 교육당국은 프로젝트 이름인 ‘Wee’를 We(우리)와 education(교육), 그리고 emotion(감정)의 합성어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위프로젝트연구·지원센터의 교사 매뉴얼(우리학교 선생님을 위한 한눈에 알아보는 위클래스)에 따르면 “문제 있는 학생들만 이용한다는 기존 상담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감성소통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기 위해 위클래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한다. 다만 영어사전에 검색할 경우, wee의 뜻은 명사로 ‘오줌’, 형용사로 ‘작은’의 뜻으로 풀이된다는 점이 문제다.
곤란한 뜻이 담긴 데 더해, 명칭이 직관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 낙인효과를 피하기 위해 지어진 명칭이다 보니, 상담을 전혀 유추할 수 없는 단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A씨는 “학부모들에게 위센터를 안내할 때는 꼭 정확한 지도와 연락처를 덧붙인다”고 말했다. 지도어플리케이션상으로 위센터를 검색하면, 위건강검진센터,위·장건강검진센터 등 신체 장기와 관련된 무관한 기관이 안내되는 탓이다. 그는 “명칭에 좋은 의미를 담았겠지만 직관적이지 않아서 상담실이라는 단어를 위클래스 뒤에 괄호 표시로 넣어 꼭 병기하는데 이름이 너무 길어진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내 중학교에 근무하는 또 다른 전문상담교사 B씨도 “학부모들에게도 Wee를 설명할 때 스펠링, 뜻 하나하나 소개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B씨는 “학생 상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면 프로젝트 이름인 Wee라는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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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Wee라는 명칭이 학생 상담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 모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전문상담교사 C씨는 “Wee프로젝트가 도입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학생·학부모 모두 위라는 명칭 자체에 익숙해지긴 했다”며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명칭과 정책을 이제 와서 바꾸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상담실에 간다고 하면 학생들이 혼나러 간다고 인식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이를 개선하고 새 이미지를 고민한 이름이 Wee클래스라 이름을 바꾸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칭변경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은) Wee프로젝트의 중요성과 위기 학생 지원책을 세심히 고민해야 한다는 관심으로 인식한다”며 “근본적인 지점에 대한 지적도 좋지만 명친 변경은 당장 논의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규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는 ”엉뚱한 영어 해석 때문에 명칭을 바꾸자는 의견이 나올 수는 있다”면서도 “위프로젝트가 15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 긍정적인 브랜드 효과를 갖고 있다고 보인다. 상담이라는 단어를 써서 낙인효과를 주기보다는 심리정신건강에 대한 예방·치유를 돕는 근본적인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