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과 대화의 반응 속도로 관계의 심도를 측정하려는 시도 그리고 이런 시도가 만연한 시대. 비대면 간 대화의 빈도와 정도가 잦아지고 깊어지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느린 답장은 외려 ‘민폐 취급’까지 받는다. 이런 시도는 막연한 억지일까 아니면 얼마큼은 타당한 추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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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종료한 참가자는 해당 대화가 얼마나 즐거웠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상대방에게서 빠른 반응 속도를 얻은 대화일수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이런 맥락에서 각각의 대화 주체는 상대에게서 빠른 반응을 얻기를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바탕으로 논문은 ‘대화를 나누면서 빠른 반응을 얻은 상대방일수록 더 연결되는 편이고, 대화 주체는 빠른 반응을 얻기를 원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로써 논문은 ‘응답 시간이 짧을수록 인간관계가 밀접해질 수 있다’고 추론했다.
논문의 결론은 현실의 대화에 기반을 둔 것이지만, 온라인과 같은 비대면 대화에 빗대볼 수 있다. 앞서 소개팅한 여성에게서 느린 답장을 받은 남성의 고민은 여기서 비롯한 것일 수 있다. 이 남성의 고민은 직장인이 다수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안타깝게도 ‘여성이 남성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러나 비대면 대화 과정에는 복잡한 변수가 개입하기 마련이다. 대화 속도와 양 등을 서로 혹은 일방이 통제하는 것이 현실의 대화보다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실에서 순식간에 이뤄지는 한두 마디의 대화가, 온라인에서는 하루를 넘겨 완성’하는 경험을 한 이는 ‘답장(대화에 대한 반응)이 하루 걸렸지만 그럴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소개팅 상대방의 느린 답장을 부정적인 신호로 읽지 말라는 주변의 격려도 뒤따른다. ‘업무 메시지에 곧장 답장하지 않으면 전화를 거는 고약한 직장 상사’ 사례가 언급되면서, 답장을 바투 하는 것이 늘 호감의 표시는 아니라고도 한다. 거친 비유이지만 맥락을 헤아려 볼 여지는 있다고 의견이 모인다.
그런데 빠른 답장을 갈구하려면, ‘빠른’부터 정의하는 게 순서 아니냐는 의견도 무시하지 못한다. 누구에게는 분초가 느리게 흐를 테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살같이 빠르게 지나간다. 대화 주체는 각각이 상대성을 띠기 마련이다. 그러니 일률적인 빠른을 정의하는 것이 부질없고, 따라서 빠른 답장을 원하는 것도 부질없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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