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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女 느린 답장, 설마 밀당이겠죠?"[그래서 어쩌라고]

전재욱 기자I 2023.04.18 17:25:03

비대면 대화 만연한 시대, 답장 속도로 관계 평가하는 시도
앞서 ''반응 빠른 대화 상대방에 호감느낀다'' 美연구 있지만
대화 변수 복잡해, 빠른 답장 갈구하는 관계 평가는 ''글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소개팅 여성이 카카오 톡 답장을 늦게 하는데, 저를 싫어하는 걸까요 아니면 밀당일까요.’

상대방과 대화의 반응 속도로 관계의 심도를 측정하려는 시도 그리고 이런 시도가 만연한 시대. 비대면 간 대화의 빈도와 정도가 잦아지고 깊어지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느린 답장은 외려 ‘민폐 취급’까지 받는다. 이런 시도는 막연한 억지일까 아니면 얼마큼은 타당한 추론일까.

(사진=네이버사전)
19일 학계에 따르면, 2022년 1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대화 중에 빠른 반응은 사회적 연결을 나타낸다’(Fast response times signal social connection in conversation) 논문에는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리트머트대학교 연구진은 학생 66명을 모집해서 그룹으로 묶고,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실험 대상자와 차례로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했다.

대화를 종료한 참가자는 해당 대화가 얼마나 즐거웠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상대방에게서 빠른 반응 속도를 얻은 대화일수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이런 맥락에서 각각의 대화 주체는 상대에게서 빠른 반응을 얻기를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바탕으로 논문은 ‘대화를 나누면서 빠른 반응을 얻은 상대방일수록 더 연결되는 편이고, 대화 주체는 빠른 반응을 얻기를 원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로써 논문은 ‘응답 시간이 짧을수록 인간관계가 밀접해질 수 있다’고 추론했다.

논문의 결론은 현실의 대화에 기반을 둔 것이지만, 온라인과 같은 비대면 대화에 빗대볼 수 있다. 앞서 소개팅한 여성에게서 느린 답장을 받은 남성의 고민은 여기서 비롯한 것일 수 있다. 이 남성의 고민은 직장인이 다수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안타깝게도 ‘여성이 남성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러나 비대면 대화 과정에는 복잡한 변수가 개입하기 마련이다. 대화 속도와 양 등을 서로 혹은 일방이 통제하는 것이 현실의 대화보다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실에서 순식간에 이뤄지는 한두 마디의 대화가, 온라인에서는 하루를 넘겨 완성’하는 경험을 한 이는 ‘답장(대화에 대한 반응)이 하루 걸렸지만 그럴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소개팅 상대방의 느린 답장을 부정적인 신호로 읽지 말라는 주변의 격려도 뒤따른다. ‘업무 메시지에 곧장 답장하지 않으면 전화를 거는 고약한 직장 상사’ 사례가 언급되면서, 답장을 바투 하는 것이 늘 호감의 표시는 아니라고도 한다. 거친 비유이지만 맥락을 헤아려 볼 여지는 있다고 의견이 모인다.

그런데 빠른 답장을 갈구하려면, ‘빠른’부터 정의하는 게 순서 아니냐는 의견도 무시하지 못한다. 누구에게는 분초가 느리게 흐를 테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살같이 빠르게 지나간다. 대화 주체는 각각이 상대성을 띠기 마련이다. 그러니 일률적인 빠른을 정의하는 것이 부질없고, 따라서 빠른 답장을 원하는 것도 부질없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나아가 대화가 관계의 연장에서 이뤄지는 것이니, 대화의 속성도 관계 안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공과 사, 위와 아래, 남과 여 등 간에 오가는 대화가 다 다르니 대화 반응 속도도 차이가 날 수 있다. 되레 ‘불편한 사이일수록 빠른 답장이 편하다’는 반응도 있다. 여기에 낮과 밤 그리고 평일과 휴일이라는 시간적 변수와 집과 회사라는 공간적 변수는 제어하기 어렵다. 이래도 소개팅 남녀 사이에는 적당한 답장 속도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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