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이 대표 측은 이날 성남FC 관련 핵심 쟁점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이 대표가 기업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성남FC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정당한 광고계약이었고 기업 유치를 위한 적법한 행정이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준비했다. 결국 법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운명도 중대한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
이 대표는 10일 오전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관련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수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이날 현장에는 아침부터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응원하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아울러 당 공식 일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박홍근 원내대표와 정청래·고민정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해 약 40명의 민주당 의원들도 동행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 같은 응원을 등에 업은 이 대표는 “검찰이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소환조사는 정치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피할 이유가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청사로 들어갔다.
소란했던 성남지청의 풍경과 달리 여의도 정가는 다소 적막이 흘렀다. 특히 민주당 의원이 169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20명의 의원은 이를 지켜보고 있던 셈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민주당의 분리를 줄곧 주장해 온 조응천 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혹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명확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사람은 소수”라며 “다수가 현 상황을 우려하면서 목소리를 안 내고 있다.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수사에 민주당이 총력을 기울여 대응하는 모습이 일반 국민들에게 ‘방탄 정당’이라는 이미지로 비칠 것을 우려해 일단 자신의 의견을 보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민심이 등을 돌릴 경우 내년 총선에서 쉽지 않은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검찰의 수사 상황에 따라 민주당의 결집 혹은 분열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비이재명계)의 계파 갈등을 안고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갈등의 증폭 혹은 봉합이라는 갈림길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대표가 앞으로 진행될 검찰의 수사에서 자신의 무죄를 확실하게 입증해 사법리크스를 털어낸다면 그를 중심으로 한 친정 체제가 구축될 공산이 크다. 그동안 비명계 혹은 노선을 확실하게 정하지 않은 상당수 의원들도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 대표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적극적인 대여(對與) 투쟁으로 민주당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 대표가 완벽히 이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당내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이는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박홍근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에서 가시화할 수 있다. 상황이 급변해 내년 총선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땐 원내대표의 역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비명계 인사가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친명계 중심의 최고위원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예상되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
결국 이 대표에게 주어진 최선의 카드는 결국 법정 싸움에서 ‘무죄’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에 출석하기 전 검찰이 주장하는 성남FC 관련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정리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마쳤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가 주장하는 핵심은 △성남FC는 성남시가 설립하고 시 예산으로 운영하는 독립법인 △후원금이 아닌 광고비 △성남시 행정은 적법하고 정당 △성남시 행정과 성남FC 광고는 무관 △광고비는 사익 아닌 공익에 쓰임 등으로 요약된다.
검찰은 현재 이 대표가 성남시장 연임 당시이자 구단주를 지냈던 2014~2017년 두산건설과 네이버, 차병원 등에 부지 용도변경 등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각각 수십억원, 총 160억여원의 광고성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 과정에 전혀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이 무죄로 끝난다 해도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장동 의혹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수사도 남아 있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대장동 의혹의 경우 이미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부조정실장이 구속됐고,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각각의 혐의로 이 대표의 소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