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야” 자녀 사칭해 21억 뺏은 일당 40명 검거

이종일 기자I 2022.11.10 14:54:04

중국 범죄조직과 공모해 메신저피싱 범행
국내 피해자 320명으로부터 21억원 원격 이체
도박사이트 계좌로 소액 보내 ''지급정지'' 유도
해제해준다고 속여 합의금 9억원 받아 챙겨

범죄조직원들이 피해자들의 자녀를 사칭해 피싱 문자를 발송한 휴대전화 내역. (사진 = 인천경찰청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중국 메신저피싱 범죄조직과 공모해 수백명의 피해금을 인출하고 계좌 지급정지를 이용해 합의금을 뜯어낸 일당 4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 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 A씨(53) 등 25명을 구속하고 B씨(19)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경기 평택에 사무실을 두고 메신저피싱을 통해 C씨 등 전국 피해자 320명의 계좌에서 21억원을 대포통장으로 이체해 뺏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기간에 C씨 등의 계좌에서 10만~20만원씩을 350여개의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계좌로 송금해 도박사이트 계좌를 ‘지급정지’ 상태로 만든 뒤 해제를 조건으로 합의금 8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A씨 등은 중국 조직이 메신저피싱으로 피해자 휴대전화에 원격제어앱을 설치한 뒤 피해자 계좌 돈을 대포통장으로 이체하면 절반을 인출해 중국으로 보냈다. 나머지 절반은 국내 조직원들과 나눠 가졌다.

중국 조직은 피해자들의 자녀를 사칭해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보험 가입 중이야, 아빠 명의로 가입하려는데 신분증 사진이랑 계좌번호, 비밀번호 좀 알려줘”라는 문자 메시지를 피해자에게 발송하며 접근했다. 계좌번호 등의 금융정보를 받은 뒤에는 보험 가입 인증을 위해 휴대전화 연결이 필요하다면서 피해자 휴대전화에 원격제어앱을 설치하게 하고 원격으로 피해자 계좌에 있는 돈을 대포통장으로 옮겼다.

일부 피해자 계좌에서는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로 돈을 이체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가 피싱범죄를 금융당국에 신고해 도박사이트 계좌의 지급이 정지되면 이를 해제해준다고 속여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메신저피싱과 도박사이트 합의금 편취 범죄를 함께한 것은 범죄수익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 피싱 피해자의 계좌에 있는 돈에다가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합의금까지 뺏는 수법이었다. A씨 등은 범죄수익 대부분을 유흥, 인터넷 도박, 고급 외제 승용차 임차 등에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녀라면서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온 경우 직접 자녀의 휴대전화로 전화해 확인해야 한다”며 “모르는 사람이 보낸 URL이나 전자파일은 절대 눌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계좌번호를 포함한 개인·금융 정보가 노출되지 않게 관리한다면 피싱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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