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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90일, 현실은 6년…조세심판원, 세금불복 ‘늑장심판’[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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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기자I 2026.10.13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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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국감]
박성훈 의원, 조세심판원 장기미처리 사건 분석

2019년 10월 국세청의 세금 부과 처분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청구한 A법인은 올해 6월에야 결정을 받았다. 법인이 지출한 법률비용을 업무와 무관한 비용으로 보고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은 과세당국의 처분 등이 쟁점이었다. 조세심판원은 심판청구 후 약 6년 8개월이 지난 후에야 과세당국에 일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납세자의 권리구제기관인 조세심판원에서 이처럼 세금부과의 적정성을 따지는 데에 수 년씩 걸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5월 자체 개혁안을 내고 ‘신속 처리’를 강조했지만, 특히 고액사건의 처리가 지연되는 관행은 여전한 걸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조세심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뒤 1년 이상 처리되지 않은 사건은 현재 170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사건의 청구세액은 총 1조 7748억원으로, 사건당 평균 청구세액이 약 104억원에 이른다.

미처리 기간별로 살펴보면, 1년 이상 2년 미만이 13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엔 1인기획사를 통한 탈루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고 60억원대 세금을 완납한 뒤 조세심판청구서를 낸 배우 이하늬씨 사례도 포함돼 있다. 조세심판원은 이씨가 지난해 4월 불복청구한 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2년 이상~3년 미만 미처리 사건은 30건, 3년 이상 처리되지 못한 장기 미결 사건은 4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기본법상 조세심판 청구는 원칙적으로 청구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규정을 한참 어긴 셈이다.

A법인처럼 접수한 지 6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결론이 난 사례들도 확인됐다. 조세심판원은 올해 자체 개혁안을 내놓은 후 이렇게 해묵은 사건 3건을 차례로 처리했다.

이러한 지연 처리에 대해 조세심판원 측은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입장이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유사 사건의 최종 판례를 기다려야 하거나, 역외탈세 사건처럼 해외 국가 과세당국과의 복잡한 조율이 필요한 사안들이 섞여 있어 심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심리 과정에서는 사건의 복잡성이나 사실관계 확인, 관련 소송 진행 등에 따라 처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늑장처리’ 오명을 벗고 전문성 강화와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음에도 장기 미결 사건들이 여전히 쌓여있다는 점은 개선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단 지적이다.

박성훈 의원은 “납세자의 억울한 세금을 신속하게 바로잡는 건 납세자 권리 보호의 기본이자 조세심판원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라며 “심리 전문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장기 미처리 사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속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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