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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 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중국인 제이슨 우는 최근 미국 고객으로부터 “90일 안에 최대한 많은 캐비닛을 배송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주문을 취소했던 고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고 이 기간 동안 기본관세 10%만 부과하기로 말을 바꾸면서 일주일여 만에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 베트남에도 최고 수준인 46%의 상호관세가 부과됐지만, 미국 수입업자 입장에선 아직 석 달 동안 재고를 확보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우씨는 “상호관세 부과로 많은 거래를 잃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주문이 (다시) 쇄도하기 시작했다. 미국 고객들이 막대한 양의 주문과 함께 돌아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90일 안에 또 뭔가 미친 짓을 할까 몹시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내 다른 수출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노이에서 선반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주하오슈에는 “최근 며칠 동안 주문이 폭증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했다”며 “가장 가까운 고객(바이어) 중 한 명이 지난 9일 미국에서 직접 현지 고객들을 만났고 다음 날 전화벨이 끊이지 않았다. 모두가 90일 안에 배송을 완료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당시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 역시 상당수가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우씨와 주씨 모두 2019년 트럼프 1기 때 중국을 겨냥한 반덤핑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서면서 베트남을 가장 먼저 국빈 방문해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잇따라 방문할 예정인데, 모두 미국이 최대 수출국이다.
베트남은 올해 1분기 대미 수출 31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30%에 달한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5위 반도체 수출국으로, 수입액 기준 미국의 반도체 중 약 21%가 말레이시아산이다. 반도체는 말레이시아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캄보디아의 최대 수출 시장 역시 미국이다. 주요 수출 품목은 의류, 신발, 여행용품 등으로 지난해 7월까지 55억 1000만달러 규모의 수출이 이뤄졌다. 이는 전년대비 64% 증가한 규모다.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에는 각각 24%, 49%의 상호관세가 부과됐다.
시 주석의 동남아 순방은 반미 연대 구축을 위해 우군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례로 시 주석은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철도·도로·인공지능(AI) 등 산업 협력 확대를 포함해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6대 조치를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과 베트남의 정상회담과 경제 협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시 주석과 또 서기장의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하면 미국을 망칠 수 있을지 알아내려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한편 베트남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와는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22~28%로 낮추기 위해 설득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주씨는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한 뒤 주문이 급증했던 경험을 토대로 “미국이 수출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최종 관세는 그렇게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기껏해야 10~20% 정도일 것”이라며 “20%가 되면 고객과 비용을 분담(가격 인상)할 것이다. 손해가 조금 있겠지만 큰 타격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