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 중심의 수출구조가 최근 수출 부진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반도체 산업에 가려 다른 수출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는 의미다.
|
정 부회장은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감소가 전반적인 수출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기업이 제품 생산을 줄이면서 중간재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우리나라의 올 1분기 중간재 수출 비중도 69.5%로 2017년 이후 6년 만에 70% 이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원인을 반도체 외 국내 수출산업 기반이 무너진 데서도 찾았다. 최근 10여년간 반도체 외 품목의 수출 증가율이 2%에 정체하고 있어서다. 반면, 지난 7년간 반도체 수출 증가분이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차지한 비중은 42.3%에 달했다.
그는 “반도체 수출 급증과 그 외 품목의 성장세 둔화로 수출구조 편중성은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심화했다”며 “최근 몇 년간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액이 늘어나 다른 산업의 수출 기반 약화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반도체 외 제조업의 설비투자액은 2017년 68조원에서 지난해 49조원으로 감소했다. 또 2004~2017년 사이 제조업 해외투자액 규모는 외국인 대(對)한국 직접투자액의 약 2배였으나 2018년 2.3배→2019년 3.8배→2020년 5.9배→2021년 6.2배로 격차가 확대됐다.
정 부회장은 특히 반도체 외 산업에서도 노동 투입이 많은 전자·기계 등 비(非)장치 산업에서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 점을 지적하면서 근로시간 축소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국내 생산 유연성과 가격경쟁력이 낮아진 점도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봤다.
그는 이 밖에도 규제 확대, 미흡한 연구·개발(R&D) 생산성 등을 수출 부진 원인으로 꼽고, 수출 부진을 타개할 방안으론 △수출기업 대상 세금 부담 완화와 징수 유예 등 방안 마련 △생산 유연성·가격경쟁력 제고 △단기 수출 마케팅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각국의 기업 보조금이 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론 경쟁국과 동등한 세제 지원 환경을 구축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R&D 생산성을 높이면서 인력 부족에 대응하는 대책을 꾸준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