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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만료를 앞둔 직장인 이모(31)씨는 최근 심란한 마음에 새해 운세를 봤다. 이씨가 이용한 건 전화를 통한 운세상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 등을 말해주고, 5만원을 내면 30여분간 ‘선생님’이 새해 운세를 풀어준다. 이후엔 궁금한 사항을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다. 이씨는 “선생님이 연말연시엔 바쁘고, 기도를 하러 산에 들어갈 때도 있다고 해서 예약을 잡기 힘들다”며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직장이나 연애 등 궁금한 걸 물어봐도 민망하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전화를 통한 운세상담만이 아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통한 메시지(DM) 상담,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운세상담 방식도 다양해졌다. 실제로 SNS에는 ‘사주 후기’는 물론, ‘새해맞이 타로’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타로의 경우 하나의 질문당 3000~5000원가량으로 가격이 형성돼있어 오프라인 가격인 1만~3만원보다 낮아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하다.
타로·운세 노점들도 전화 서비스 등을 병행하고 있다. 10일 오후 이데일리가 둘러본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앞 타로 거리의 타로, 운세 노점에는 ‘전화 상담 가능’ 등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타로 상담사 C씨는 “아무래도 장소가 좁다보니 전화로 상담하는 게 코로나 감염 위험도 적고 더 편할 것”이라고 했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운세 보기는 대부분의 2030세대들에게도 보편적인 경험이다. 실제로 지난 2일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아르바이트생 548명 중 63.5%가 사주, 타로, 별자리 등 운세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운세를 보는 이유(복수응답 가능)로는 호기심(64.1%), 재미(52.9%)를 꼽았다. 4050대 사업주들이 ‘사업, 인간관계, 가족 등에 대한 걱정·고민(47.9%)’을 이유로 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젊은 세대는 운세를 통해 재미는 물론, 위안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A(24)씨는 “트위터에서 알게 된 타로 상담사에게 해외 유학과 취업 등을 물어본 적이 있다”며 “내 신상을 드러내지 않고 질문을 할 수 있고 민감한 질문 등도 가능해 친구들 등을 통한 일반적인 고민 상담보다 재밌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타로 점을 봤다는 새내기 공무원 B(28)씨는 “시보 기간이 너무 힘든데 주변에 다 털어놓기도 부담스럽고, 그냥 막연하게라도 ‘잘 될 거다’라는 위안을 얻고 싶었다”고 했다.
건대 인근에서 30여년 동안 ‘타로와 사주 점’ 가게를 하고 있는 여성 D씨는 “술에 취해 있으면 점을 봐줄 수 없다고 해도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들 온다”며 “진짜 궁금한 게 있다기보단 고민이 많고, 누군가 들어주길 원해서 그런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