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통신사들이 넷플릭스와 구글 유튜브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유럽의 통신망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국회에 계류된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사용료 지급 의무화 법안의 향배가 관심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9일,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텔레포니카, 오렌지 등 11개 유럽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이 유럽의 통신망을 너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유럽의 통신 부문 투자는 525억 유로(594억 달러)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EO들은 공동성명에서 “네트워크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빅테크 플랫폼에 의해 생성되고 수익화되지만 이를 위해서는 통신 부문의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네트워크 투자와 계획이 필요하다”며 “EU 시민이 디지털 전환의 과실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이 모델은 빅테크 플랫폼이 네트워크 비용에도 공정하게 기여할 경우에만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왓챠, 페이스북, 디즈니+ 등과 달리, 넷플릭스와 구글 유튜브는 힘의 우위를 무기로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법제화까지 추진 중이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 이원욱 과방위원장, 전혜숙 의원(이하 더불어민주당)과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망사용료 지급을 강제하거나, 불합리한 사유로 망 이용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 등 다양하다.
이 문제가 이슈화된 것은 넷플릭스가 협상력의 우위를 무기로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기업 간 자율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김상희 부의장과 김영식 의원이 공동 주최한 ‘디지털 경제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 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면서도 “(하지만)넷플릭스가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약간 실망감이 든다. 한국CP는 내야 하고 외국 기업은 안 내는 건 공정하지 않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일정 규모 이상 CP를 대상으로 하는 망사용료 의무화법을 만들면, 국내 CP가 외국 통신사에 콘텐츠 전송료를 추가로 낼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조 교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은)외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에 이미 이용료를 내고 글로벌 연동을 하고 있다”면서 “한번 지불하면 그 이후 어떻게 되느냐는 CP의 고민이 아니다. 국내 CP들은 통신3사 뿐아니라 아카마이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