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 신규 벤치마크지수 개발 등으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을 늘리겠다는 것.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단순히 수익률 평가 잣대인 벤치마크 개발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연기금 성향을 따져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비중 10%까지 확대…기관 자금 유입 기대
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276개 상장사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는 37개로 13%에 불과하다. 반면 코스피 상장사는 239개로 87%에 달한다. 이러한 투자 불균형은 연기금 성과 비교지표인 벤치마크지수가 코스피200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 실제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규모만 봐도 3% 수준만 코스닥에 투자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종목을 적절히 배분하는 신규 벤치마크지수를 개발, 오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10%) 확대를 유도한다. 또 연기금투자풀의 코스닥 주식비중을 늘리기 위해 기금운용평가 시 운용상품 집중도 항목의 평가 배점(100점 중 현재 5점)도 확대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스닥시장 투자비중을 제한하는 내부 투자지침을 통해 그동안 연기금들의 코스닥 투자는 막혀 있었다”며 “정부가 기준을 코스닥 투자에 적합하도록 고쳐준다면 당연히 연기금에서의 자금 유입은 커질 것”이라고 점쳤다.
◇양도차익세·손실이월공제 등 세제 지원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 실장 “세제혜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코스닥시장뿐 아니라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기 위해 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관련된 부분을 정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주식뿐 아니라 파생상품 등도 합산해 과세가 이뤄지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손실 이월공제도 강조했다. 이월공제가 허용되면 손실액을 이후 차익에서 제외해 세금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어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손실 이월공제, 장기투자 우대세율 등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세율을 낮춰주는 것”이라며 “단순히 코스닥 투자 문호만 열어주는 게 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연기금은 기본적으로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우선”이라며 “근본적으로 코스닥 유동성이 문제다. 연기금의 투자액을 고려했을 때 현재 코스닥시장 유동성으로는 이를 소화할 수 없다. 코스닥시장 대형주가 코스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현재의 불균형을 바로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금융위원회도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에 따라 앞으로 세제혜택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방안을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다”며 “적어도 2000년대 초반의 코스닥시장만큼의 세제혜택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세제혜택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