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정부가 우리 기업이 수출하는 유정용강관에 대해 미국이 지난 7월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판단, WTO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했다고 22일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유정용강관에 대해 높은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은 현대하이스코(15.75%), 넥스틸(9.89%), 세아제강, 휴스틸, 아주베스틸, 일진 등(12.82%) 강관 수출 기업들은 지난 8월 이후 지속적으로 WTO 제소를 정부 측에 요구해 왔다.
우리 유정용 강관의 2013년 기준 대미 수출은 89만4000톤(8억1700만달러) 규모로, 특별한 대응 없이 관세를 내면 연간 납부액만 1억달러를 넘게 된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높은 관세를 부과받게 된 것은 미 상무부가 예비 판정시엔 우리 국내 기업 이윤율을 반영해 구성 가격을 산정했다가, 최종 판정시엔 다국적 기업의 높은 이윤율을 반영해 구성가격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정용강관의 약 98%가 미국으로 수출돼 내수가격과 비교가능한 제3국 수출가격이 없어 구성가격(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에 의한 덤핑율을 산정한다.
그런데 미 상무부가 세아제강, 휴스틸, 일진 등 우리업계가 조사대상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지속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하고 항변기회 없이 기타업체로 분류해 12.82%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정부는 “미 상무부의 반덤핑 조사과정상 덤핑마진 계산방법 등에 있어 WTO 협정 위배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정부가 승소할 경우 미국은 반덤핑관세 부과 조치를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리 분석, 관계부처 의견수렴을 거친 뒤, WTO 분쟁해결양해(DSU)에 따른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이날 주제네바대표부를 통해 미국 측에 전달하고 WTO 사무국에 통보했다.
정부는 우선 WTO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인 양자협의에서 미국의 반덤핑조치에 대해 조속한 철폐를 협의하고, 해결되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재판절차인 패널 설치를 요청할 예정이다.
미국은 협의 요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양자협의를 진행해야 하며, 이후 6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정부는 WTO 패널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업계가 매년 고율의 덤핑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물론, 미 연례재심 조사에도 매년 대응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기업에 대한 주요 교역 상대국들의 부당한 수입규제 조치는 WTO 제소를 포함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