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 '포스트 이건희' 체제 굳힌다

이진철 기자I 2014.10.28 17:22:22

삼성생명·화재 지분인수 추진.. ''지배권 챙기기''
해외금융사 대표 만찬주재.. ''이미지 넓히기''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포스트 이건희’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이후 장기입원으로 부재인 상황에서 그룹을 대표해 굵직한 대외행사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삼성화재 주식 인수에도 나서면서 이미지와 지배구조 안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이 부회장, 생명·화재 소수지분 인수추진.. 특수관계인 올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측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 인수와 관련한 법적 검토 등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에 질의했다. 금감원은 검토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고, 29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5월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100% 매입해 자회사로 두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보유하던 삼성자산운용 지분 7.7%를 매입했다. 이 부회장은 이때 확보한 현금 252억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0.1%씩을 매입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이번에 삼성생명 지분 0.1%를 취득하게 되면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오르게 된다.

6월말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지분율 20.76%)이며, 특수관계인은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19.34%),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으로 돼 있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14.98%)이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 지분이 18.41% 수준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갖게 되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오르기 때문에 보험업법상 금융감독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 삼성생명, 그룹 출자구조 핵심.. 향후 상속 염두에 둔 듯

삼성생명은 그룹 전체의 출자구조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이 회장 일가가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은 물려받으면 큰 틀에서 지배구조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소수 지분을 취득하려는 의도에 갸우뚱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지분을 일부 보유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오르면 나중에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는 데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나돈다.

여기에 명실상부한 그룹의 후계자로서 그동안의 전자·제조업의 편향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금융계열사 지분보유를 통해 금융사도 직접 관할한다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전자CEO 이미지 벗고 금융 등 전계열사 챙기기

이 부회장은 지난 27일 저녁 삼성그룹 영빈관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일본과 중국 주요 보험사 대표들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승지원은 삼성 창업자인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살던 곳이다. 호암 타계 이후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 겸 삼성의 영빈관으로 활용해 왔다. 이 회장은 과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 해외 귀빈을 만날 때 승지원을 주로 이용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포스트 이건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금까지 전자 CEO의 역할에서 벗어나 삼성을 대표하는 자리에 더 많이 얼굴을 내비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이 부회장은 애플의 팀 쿡,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등 IT업계의 거물들은 물론 삼성물산과 사업관계가 있는 호주의 광산 재벌인 지나 라인하르트 회장을 만났다. 정계에서는 방한한 미국과 중국의 국가원수를 만나고, 지난달 대구창조경제단지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수행하는 등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오너 역할이 한결 부각되고 있다.

◇ 삼성그룹 최근 지배구조 변화

△삼성SDS와 삼성SNS 합병

△삼성에버랜드 사업재편

-패션사업부(제일모직-영업양수)-건물관리사업(에스원-영업양도)-식자재사업(삼성웰스토리라는 신설법인으로 물적분할)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매입

△삼성SDI- 제일모직 합병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

△삼성금융계열사 지분정리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 매입

-삼성전기 등 4개 계열사 보유 삼성생명 지분 1.6% 장내매각

-삼성생명이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 매입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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