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조세 원칙이다”, “시장에 찬물 끼얹기다” 등등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나선 것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서 장관은 지난 5일 주택·건설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담으로 주택시장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2주택 보유자 중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소규모 임대사업자에 대해 분리과세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은 주택 보유 수에 따른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3주택 이상 보유자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이 안되면 분리과세하고 2년간 비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지난 2월 말 임대소득 과세 방침 발표 이후 두번째 나온 수정안이다. 정부는 지난 3월 5일 임대주택 선진화 방안 발표 일주일만에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인 2주택자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추진하되 2년간 비과세한다는 과세 방침 후퇴안을 내놓은 바 있다.
서 장관이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목소리를 낸 것은 일종의 심리전으로 해석된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의 말 한마디에도 요동친다. 때론 정부가 정책을 펴기 전에 내용을 흘리는 형식으로 ‘시장 떠보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지난 3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 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주택시장 회복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가 대책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던 서 장관이 자신의 말을 번복하면서까지 진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해서다.
주택시장은 연초인 1~2월 가격 오름세를 보이다 3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데는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한 몫한 것은 분명하다. 기대심리가 줄어든 탓이다. 그나마 거래량이 줄지 않은 것은 전세 부담에 무주택자들이 저가 주택 위주로 거래에 나선 덕분이다. 전국 주택 거래량은 1월 5만8846가구, 2월 7만8798가구, 3월 8만9394가구, 4월 9만2691가구로 매달 증가했다.
하지만 투자 심리가 강한 강남 재건축시장 등은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위축된 분위기가 나타났다. 사실 주택시장에서는 임대소득 과세 방침과 상관없이 3월부터 강남 재건축시장은 가격이 조금씩 빠질 타이밍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1, 2월 가격이 급격히 오른 영향 탓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밝혀 심리적 위축이 훨씬 심화된 것이다. 결국 임대소득 과세 정책으로 시장 회복세가 주춤해지자 서 장관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또 다시 시장에 혼선을 부추길 소지가 높다. 일단 정부 내부에서조차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으로, 앞으로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등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기재부가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임대소득 과세 방침 관련 개정안은 기존 발표 내용이 그대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결국 6월 국회 통과는 어렵고, 빨라야 9월 정기국회에서나 다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국정감사에 밀리거나 여야 의원들간 이견이 생길 경우 올해 안에 국회 통과 여부조차 알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최종 결론을 내릴 때까지 시장 혼선은 불가피할 것 같다. 설익은 정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